상편
“뜨거워... 너무 뜨거워요.”
하진이 신음하며 차가운 차창에 뜨거운 이마를 기댔다.
서울의 남쪽, 관악산으로 향하는 강남순환로를 달리는 차 안은 에어컨을 최대치로 틀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증막처럼 덥고 숨이 막혔다. 그것은 남쪽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거대한 불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혼을 말려 죽일 듯한 지독한 열기 때문이었다.
“이거, 심상치 않은데요. 뉴스에서는 단순 산불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저 연기 좀 봐요. 검은색이 아니라 붉은색이잖아요. 피 냄새가 섞여 있다고요.”
운전대를 잡은 이강우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이마에도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맺혀 흘러내렸다. 서대문 형무소에서의 전투로 입은 어깨와 허벅지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 붕대 위로 배어 나온 붉은 피가 열기에 말라붙으며 끔찍한 고통을 주고 있었다.
“주작(朱雀)이에요. 남방을 지키는 불의 신. 하지만 지금은... 이성을 잃고 미쳐버린 불새가 되어 자신의 둥지를 스스로 태우고 있어요. 그 고통이... 제게도 느껴져요.”
하진은 목에 걸린 옥 조각을 터질 듯 꽉 쥐었다. 옥 조각은 불길한 붉은빛을 띠며 뜨겁게 달아올라,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쿵쿵거리고 있었다. 주작의 찢어지는 비명과 분노가 그녀의 신경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져 오고 있었다.
“백면 놈, 이번엔 아주 작정하고 불장난을 쳤군. 도시를 통째로 구워드실 셈이야.”
윤도진이 태블릿 PC로 실시간 위성 지도를 확인하며 침통하게 말했다.
“관악산 정상 연주대 부근에서 시작된 불길이 바람을 무시하고 사방으로, 특히 도심 쪽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상승 기류가 너무 심해서 소방 헬기가 접근조차 못 하고 있어요. 게다가... 불길이 움직이는 경로가 이상합니다. 마치 지능을 가진 생물처럼, 산 밑의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를 향해 혀를 날름거리고 있어요.”
“막아야 해요. 저 불이 도심으로 내려오면... 대재앙이에요. 수천 명이 타 죽을 거예요.”
하진의 목소리가 절박함으로 떨렸다.
차가 관악산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등산로 입구는 소방차와 경찰차, 그리고 대피하는 주민들로 아수라장이었다. 매캐한 연기가 시야를 가렸고, 타오르는 나무들이 쩍쩍 갈라지며 쓰러지는 소리가 짐승의 비명처럼 들려왔다.
“여기서부터는 차로 못 갑니다. 걸어가야 합니다. 이거 입으세요.”
윤도진이 트렁크에서 경찰 특공대용 특수 방열복과 산소마스크를 꺼내 나누어 주었다.
“아우, 찜질방도 아니고 이게 뭐야.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숨 막혀 죽겠네.”
이강우가 투덜거렸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알기에 군말 없이 장비를 착용했다. 방열복을 입자마자 숨이 턱 막혔지만, 바깥의 살인적인 열기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세 사람은 통제선을 뚫고, 불타는 산속으로, 지옥의 입구로 걸어 들어갔다. 산길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사방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땅바닥은 뜨겁게 달아올라 특수 제작된 신발 밑창마저 녹일 듯했다. 나무들은 숯덩이가 되어 있었고, 바위들은 열기에 터져나갔다.
“조심해요! 불똥이 튀어요! 살아있어요!”
하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늘에서 주먹만 한 불덩어리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단순한 불똥이 아니었다. 불타는 작은 새의 형상을 한 정령들이었다. 주작의 깃털에서 떨어져 나온 ‘화조(火鳥)’ 떼였다.
[끼에에에엑! 타올라라! 재가 되어라!]
수십 마리의 화조들이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세우고 일행을 향해 자살 특공대처럼 돌진해왔다.
“이 망할 새새끼들이! 통구이로 만들어주마!”
이강우가 단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화조를 베어 넘겼다. 하지만 베인 자리에서 불꽃이 폭탄처럼 터지며 오히려 더 많은 불이 번졌다.
“물리 공격이 안 통해요! 놈들은 불 그 자체예요! 베면 더 커져요!”
하진이 옥 조각으로 급히 방어막을 쳤지만, 열기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푸른 방어막이 지직거리며 검게 타들어 갔다.
“돌파합시다! 여기서 지체하면 다 타 죽습니다! 정상까지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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