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의 비명

하편

by 돌부처

백호의 거대한 발톱이 하진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순간, 시간은 마치 끈적한 젤리 속을 흐르는 것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하진은 눈을 감지 않았다. 죽음의 순간에도 백면의 저주를 끊어내겠다는 의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백호의 발톱이 점점 거대해졌다.


“안 돼!”


윤도진이 절규하며 몸을 날렸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이강우는 단검을 던지려 했지만, 간수장의 채찍이 그의 손목을 휘감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진의 품속에서 푸른 빛이 폭발했다. 옥 조각이 스스로 반응하여 강력한 방어막을 펼친 것이다. 문지기의 힘이 그녀를 보호하려 했다.


콰아앙!


백호의 발톱이 방어막에 충돌했다. 거대한 충격파가 발생하며 하진은 뒤로 튕겨 나갔다. 벽에 부딪힌 그녀는 피를 토했지만, 덕분에 즉사는 면했다. 하지만 방어막은 산산조각 났고, 옥 조각의 빛도 희미해졌다. 기력이 바닥난 것이다.


[끈질긴 년...!]


간수장이 분노하며 백호를 재촉했다. 백호는 다시 하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엔 안 놓친다!”


이강우가 채찍을 잡고 있던 간수장의 팔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푸욱!


단검이 간수장의 어깨에 박혔다. 간수장이 비명을 지르며 채찍을 놓쳤다.


“형사 양반! 지금이야!”


이강우가 소리쳤다. 윤도진은 이미 달리고 있었다. 그는 쓰러진 하진과 백호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삼단봉으로 백호의 앞다리 관절을 가격했다.


퍽!


백호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윤도진은 그 틈을 타 하진을 안고 옆으로 굴렀다.


“하진 씨! 정신 차려요!”

“사인검... 검을...!”


하진은 고통 속에서도 검을 찾았다. 사인검은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죽여라! 놈들을 밟아 죽여라!]


간수장이 어깨에 박힌 단검을 뽑아 던지며 고함을 쳤다. 백호가 다시 자세를 잡고 달려들었다.


“내가 막을게! 형사 양반, 검을 챙겨!”


이강우가 백호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양손에 든 단검을 교차하며 백호의 발톱을 받아냈다.


캉!


불꽃이 튀었다. 이강우의 팔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인간의 힘으로 신수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크으윽... 무거워...!”


이강우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의 무릎이 꺾일 듯 떨렸다.


윤도진은 사인검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간수장이 길을 막아섰다.


[어딜 가느냐!]


간수장이 채찍을 휘둘러 윤도진의 다리를 걸었다. 윤도진은 바닥에 넘어졌지만, 구르며 간수장의 다리를 걷어찼다.


“비켜!”


윤도진은 간수장을 밀어내고 사인검을 잡았다. 검을 잡는 순간, 묵직한 기운이 손을 타고 전해져 왔다.


“하진 씨! 받아요!”


윤도진이 검을 하진에게 던졌다. 검이 허공을 날아 하진의 손에 쥐어졌다.


하진은 검을 잡고 일어섰다. 피투성이가 된 몸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이강우 씨! 비키세요!”


하진이 소리쳤다. 이강우는 백호의 발톱을 쳐내고 옆으로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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