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이 되면 전국 대학 캠퍼스는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과 축하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빕니다. 부모님들은 값비싼 꽃다발을 한가득 안겨주며 "그동안 고생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라고 세상으로 나가는 자녀의 등을 두드려 폭풍 같은 격려를 쏟아냅니다.
하지만 그 눈물겹고 흐뭇한 풍경 이면에는 창밖의 매서운 겨울바람보다 훨씬 더 서늘하고 잔혹한 경제적 진실이 묵묵히 숨어 있습니다.
4년 동안 등록금과 생활비로 최소 1억 원을 썼고, 취업용 스펙을 쌓기 위해 어학연수와 휴학까지 하며 청춘의 한가운데서 바친 5~6년의 시간. 과연 그 대가로 받은 종이 한 장, 즉 졸업장이 그 엄청난 기회비용만큼의 가치를 할까요?
냉정하지만 아주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금 시대의 대학 졸업장은 1억 원짜리 영수증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유통기한이 한참 전에 지나버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한 음식을 비싸게 사 먹은 결제 내역서 말입니다.
인공지능이 세상 모든 지식의 유통기한을 3개월 단위로 단축시켜 버린 격변의 세상에서, 최소 4년 전에 짜여진 낡은 커리큘럼으로 배운 지식이 현장에서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오늘 이야기에서는 굳건해 보이던 상아탑의 붕괴, 그리고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지배해 온 학벌 사회의 종말에 대해 아주 적나라하고 불편하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과거 부모님 세대에 우리는 왜 기를 쓰고 대학에 갔을까요? 과거에는 고급 지식이라는 귀한 자원이 오직 웅장한 대학 도서관의 서고와 백발이 성성한 교수님의 머릿속에만 폐쇄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 알짜배기 지식에 접근하려면 집 한 채 값을 호가하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이라는 높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철저한 정보의 독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등장하며 도서관을 주머니 속에 넣었고, 유튜브가 나오며 전 세계 명강의를 안방으로 배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가 등장했습니다.
인류가 수천 년간 쌓아온 모든 지식은 이제 스마트폰 화면 반 치 크기 안에 무료로 혹은 아주 저렴한 구독료로 통째로 풀려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버드 대학 컴퓨터공학과의 최신 머신러닝 강의를 듣고 싶다면, 지금 당장 유튜브 검색창을 켜면 그만입니다. 더 나아가 양자 역학이나 복잡한 파이썬 코딩 오류가 궁금해 챗GPT에게 물어보면, 그는 밤을 새워가며 노벨상 수상자보다 더 친절하고 명쾌하게 1대1 맞춤형 과외를 해줍니다.
지식의 독점적 전달자로서 대학이 가졌던 절대적인 권력과 기능은 이미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대학은 여전히 수백 년 전 중세 시대의 방식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고수합니다. 수백 명의 학생이 빽빽한 대형 강의실에 앉아 시간강사나 교수님의 일방적인 강의를 수동적으로 듣고, 필기하고, 기말고사를 위해 벼락치기를 합니다. 인공지능은 학습자의 오답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커리큘럼을 즉각적으로 짜주는데, 대학 교단에서는 여전히 10년째 누렇게 변색된 강의 노트를 그대로 줄줄 읽어 내려갑니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 차라리 낡은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지식의 반감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이나 학교에서 배운 특정 지식의 효용 가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합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그 기간이 무려 30년이었습니다. 즉, 스무 살 대학에서 한 번 제대로 배운 전공 지식 하나면 퇴직할 때까지 평생을 거뜬히 먹고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특히 IT나 마케팅 분야의 지식 반감기는 이제 1년에서 2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경영학과 1학년 때 열성적으로 배운 온라인 마케팅 이론이나, 교양으로 배운 기초 코딩 언어가 군대를 다녀오고 4학년이 되어 취업할 때쯤이면 완전히 구닥다리 지식이 되어버립니다. 챗GPT가 세상에 나오기 직전인 2022년 초에 배운 디지털 마케팅 카피라이팅 기법은 지금 현업에서는 휴지 조각 취급을 받습니다.
대학 조직은 결코 이 미친 듯한 혁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교재 하나를 개정하고 새로운 커리큘럼을 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수업으로 올리는 데만 최소 1~2년이 소요되는, 극도로 무겁고 관료적인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학은 학생들에게 이미 상해버린 플라스틱 빵 같은 지식을 수천만 원이라는 비싼 값에 독점 패키지로 팔고 있는 셈입니다.
학생들은 4년제 대학을 빚까지 내어 졸업하자마자, 진짜 실무를 배우기 위해 번화가의 코딩 부트캠프나 직무 특화 사설 학원에 다시 수백만 원을 내고 등록합니다. 이 기형적인 이중 지출 구조야말로 현재 대학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스모킹 건입니다.
돈의 흐름에 가장 민감한 기업들도 더 이상 바보가 아닙니다.
구글, 애플, 테슬라,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이미 채용 공고에서 대졸 필수 조건을 과감히 삭제해 버렸습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대학은 놀면서 인간관계를 맺는 곳이지, 진짜 필요한 무언가를 배우는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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