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의 비겁함

왜 착한 팀장이 조직을 지옥으로 만드는가

by 돌부처

사무실 폭군이나 소리 지르는 광인 형태의 상사를 만나면 우리는 차라리 마음이 편합니다. 그들의 악의는 눈에 훤히 보이고, 팀원들은 상사라는 거대한 '공공의 적'을 매개로 끈끈한 전우애를 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가장 교열하고 대처하기 까다로운 최악의 빌런은, 역설적이게도 얼굴에 항상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있는 '착한 팀장'입니다.


그들은 절대 부하 직원에게 큰 소리를 치지 않습니다. 회식 자리에서는 고기를 직접 굽고, 매일 아침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안부를 묻습니다. 겉보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천사 같은 리더입니다. 하지만 이 '착한' 예스맨 팀장이 지휘하는 팀의 실무자들은, 일 년 내내 원형 탈모와 위장병에 시달리며 무한 야근의 늪에서 허우적거립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왜 사람 좋은 미소 뒤에는 항상 실무진의 피눈물이 고여 있는 것일까요? 오늘 우리는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팀을 불덩이 속으로 밀어 넣는 우아한 방관자, '예스맨 팀장'의 지독한 비겁함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미국 시트콤 <오피스>의 후반부, 던더 미플린 스크랜턴 지점의 새로운 지점장으로 앤디 버나드가 부임합니다. 앤디는 전임자인 마이클 스콧이나 독재자 같았던 드와이트와는 달랐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심성이 유약하고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가 병적으로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직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끊임없이 아첨하고 비위를 맞춥니다. 그러나 그의 진짜 비극은 더 높은 권력자인 로버트 캘리포니아(CEO) 앞에 섰을 때 시작됩니다. 로버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무리한 지시를 내리거나 불합리한 실적을 요구할 때, 앤디는 단 한 번도 "그것은 불가능합니다"라고 방어벽을 치지 못합니다.


그는 그저 CEO의 눈에 거슬리는 것이 두려워 식은땀을 흘리며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라고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무책임한 '예스(Yes)'의 파이는 고스란히 아래로 굴러떨어져 던더 미플린 지점 직원들의 살인적인 업무량과 절망적인 분위기로 치환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던 '좋은 사람' 앤디는 결국 상부에는 호구로 잡히고, 하부에는 무능한 리더로 전락하며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신뢰를 잃고 맙니다.




팀장의 가장 핵심적인 존재 이유는 단순히 팀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휴가 결재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의 진짜 가치는 거칠게 몰아치는 타 부서나 임원진의 부당한 요구(파도)로부터 실무진(방파제 안의 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파도막이' 역할에 있습니다.


임원들은 항상 불가능해 보이는 납기를 요구하며, 타 부서의 이기적인 협업 요청은 매일같이 메일통에 쏟아집니다. 이때 제대로 된 리더는 방패를 들고 최전선에 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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