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귀신 군단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허연 껍데기들이 엉기고 부대끼며 내는 소리는, 썩은 고깃덩어리들이 진흙탕 속에서 질척이는 듯한 역겨운 소름을 불렀다.
"머리를 베어봤자 소용이 없다! 잘려 나간 자리가 다시 들러붙고 있잖아!"
첸이 찢어질 듯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소매에서 쏘아진 부적이 허공을 갈라 앞장선 허깨비의 몸통에 들러붙었다. 곧바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지만, 놈들은 타들어 간 자리를 진흙을 빚어 메우듯 순식간에 복구해 냈다. 화염이 휩쓸고 간 자리엔 쓰라린 그을음조차 남지 않았다.
"……."
겐지의 침묵은 서늘한 칼부림으로 이어졌다. 옻칠한 갑주에 놈들의 매끄러운 촉수가 닿을 때마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독한 연기가 솟았다. 껍데기 아래서 흘러내리는 진득하고 누런 진물은 질긴 강철마저 게걸스럽게 파먹고 있었다. 요도 무라마사의 핏빛 검신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일섬이 춤을 출 때마다 뭉툭한 껍데기들이 힘없이 터져 나갔지만, 잘려 나간 자리에서 쏟아지는 것은 탁한 안개뿐이었다. 살아있는 짐승의 펄떡이는 피를 원하던 무라마사가 짜증 섞인 파동을 겐지의 손목으로 밀어 보냈다. 삼킬 핏방울 하나 없는 이 기괴한 사냥감들에 대한 요도의 발악이었다.
"비켜!"
연이 겐지의 어깨를 딛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녀는 양손에 틀어쥔 무령을 놈들 머리 위로 거칠게 흩뿌렸다.
짤랑! 짤랑!
청동 방울이 울어대는 소리는 가라앉은 무덤의 공기를 예리하게 베어내고 있었다. 연의 시선이 허공에 멎자, 핏발 선 역안(逆眼)에서 검푸른 광채가 일렁였다. 무당의 눈은 이미 요괴들의 허연 가슴팍 너머, 그 깊은 곳에 똬리를 튼 음습한 기운을 똑바로 꿰뚫어 보고 있었다. 역겨운 살덩이들 한가운데 유독 검고 탁하게 뭉쳐 있는 썩은 응어리.
"저놈들 가슴 한가운데야! 시커먼 게 뭉쳐 있어!"
연이 가늘게 떨리는 손끝으로 눈앞까지 다가온 놈의 가슴을 찔러 지목했다. 겐지의 시선이 굶주린 짐승처럼 연의 손끝을 좇았다. 평범한 사람의 두 눈으로는 저 끔찍한 껍데기 너머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사내는 낯선 이국의 어린 무당이 내지른 비명을 믿어보기로 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저주받은 무리를 베어 넘기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영혼의 핵을 찌르는 수밖에 없었다.
"아."
첸의 고개가 뱀처럼 기묘하게 꺾였다.
"원귀의 가짜 심장이군. 그렇다면 부적이 통하겠어."
그가 품속에서 붉은 주사로 호를 그린 낡은 부적 한 장을 거칠게 꺼내 들었다. 첸은 길다란 쇠창 끝에 닥종이를 단단히 욱여 묶은 뒤, 겐지가 나아갈 길목을 향해 힘껏 집어 던졌다.
"찔러넣어라, 백정!"
겐지는 날아오는 쇠창을 억세게 움켜쥐었다. 부적이 감긴 창끝에서 푸르스름한 불꽃이 폭발하듯 솟아났다. 닿는 즉시 악귀의 기운을 불태워버린다는 첸의 비술, 음화(陰火)였다.
"그 불길로 가슴팍을 쑤셔라! 껍데기가 타들고 심장이 드러나는 찰나를 노려라!"
겐지는 쇠창을 단검처럼 억세게 틀어쥐고 몸을 바짝 낮췄다. 바닥을 힘차게 박차고 도약한 그는, 숨 막히는 백색 파도의 한가운데로 망설임 없이 돌진했다.
퍼억!
살과 뼈가 짓이겨지는 참혹한 소리조차 집어삼킨 둔탁한 타격. 푸른 불꽃을 머금은 창끝이 선두에 선 귀신의 가슴팍을 허물고 깊숙이 틀어박혔다. 허깨비가 귀를 찢을 듯한 괴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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