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쇠송곳이 대기를 찢으며 연의 목덜미를 닥치고 파고들었다. 연은 본능적으로 상체를 숙였다. 서늘한 쇳덩이의 끝자락이 헝클어진 머리카락 몇 가닥을 끊어내고 허공을 갈라 전방의 고사목에 둔탁하게 박혔다.
"명줄을 보존하고 싶다면 얌전히 엎드려라."
첸이 혀를 찼다. 그는 흑색 소매 단을 털어내며 새로운 부적 다발을 꺼내 들었다. 누런 닥종이 다섯 장이 피 냄새를 맡은 거머리 떼처럼 사내의 손아귀를 맴돌며 펄럭거렸다.
"영혼을 담는 그릇을 망치긴 싫군. 부서진 뼈대는 혼백을 흩트리는 법이지."
첸이 가볍게 손목을 튕겼다. 허공을 맴돌던 부적 한 장이 뱀처럼 날아가 연의 부러진 발목에 철썩 들러붙었다.
"크윽...!"
짐승의 비명을 모방한 소름 끼치는 파열음이 울렸다. 부적이 미친 듯이 오그라들며 박살 났던 연의 발목을 억지로 맞물려 욱여넣었다. 생살을 찢어 발기는 고통에 핏발 선 눈물이 핑 돌았으나, 기이하게도 고통은 순식간에 멎었다. 끊어졌던 발목에는 섬뜩할 만큼 단단한 악력이 깃들었다. 망자의 뼈마디를 강제로 이어 붙이는 강시술(僵屍術)의 자비 없는 응용이었다.
첸이 다시 손목을 꺾었다.
남은 네 장의 부적이 연의 사방을 에워싸며 언 땅바닥에 비수처럼 꽂혔다. 오행진(五行陣). 형체 없는 사방벽이 연의 숨통을 옥죄었다. 천 길 물속 바닥에 생으로 수장당하는 듯한 압박감이 밀려왔다.
"이딴 거... 당장 걷어!"
연이 허리춤의 방울을 높이 치켜들고 미친 듯이 흔들어댔지만, 무령의 진동음은 닥종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신(神)과 맞닿는 영기의 통로가 완전히 끊어졌다.
첸은 여유로운 보폭으로 사냥감을 향해 다가섰다. 사내의 품 속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사기 병이 기어 나왔다. 호리병 안쪽에서는 검붉은 독연(毒煙)이 살아있는 지네처럼 소용돌이쳤다.
"신경 마비독이다. 골조각이 속부터 녹아내리며 곧 짐승만도 못한 능지가 되겠지."
첸의 악력으로 병마개가 뒤틀리려는 찰나였다.
콰앙!
벼락 내려꽂히는 굉음과 함께 첸의 오행진이 유리창처럼 박살 났다. 눈앞을 가로막던 부적 쪼가리들이 비명을 지르며 잿더미로 스러졌다. 충격파를 온몸으로 덮어쓴 첸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그는 짐승처럼 바닥을 구르며 곧장 자세를 고쳐 잡았으나, 그슬린 옷자락에서는 살점 타는 냄새가 역겹게 진동했다.
"무슨 수작이지."
첸의 뱀눈이 가늘어졌다. 연을 가두었던 결계가 찢겨 나간 한가운데, 불청객의 그림자가 묵직하게 박혀 있었다. 검붉은 핏물로 질척거리는 옻칠 갑주. 마초지처럼 흐트러진 흑발. 그리고 사내의 우측 팔뚝 아래로 길게 늘어트려진 기형적인 장도(長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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