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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군 Oct 04. 2024

대구 경북

대구 경북은 민족 정신이 솟구치던 곳이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국채보상운동을 전국으로 전파했고, 해방 직후에는 새로운 자주 국가를 수립하기 위한 움직임도 크게 일어났다. 그리고 그만큼 좌우 이념대립도 극심했다. 이후 한국전쟁 당시 몹시도 치열했던 낙동강 전투의 기억은 이 지역에 강력한 반공주의가 뿌리내리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반공주의를 바탕으로 민간인 학살의 가해 세력들은 전쟁이 끝난 후 오히려 더욱 강한 지역 내 기득권이 되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가해세력에게 부탁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 뿐 아니라, 가해세력들이 장악한 그 힘과 권력 앞에 학살 피해자들은 오히려 죄인이 되어 숨어야 했다. 그리고 피해자들 중 어떤 이들은 가해 세력이 씌운 빨갱이라는 올가미를 벗기 위해 더 사납고 맹렬하게 반공을 외쳤다.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상처는 애써 외면하며 가해자들의 편을 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는 체념하고 스스로 기억을 봉인해 버리기도 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 지역은 그 정도가 특히 더 심했다. 그래서 어쩌면 이곳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슬픔과 아픔을 속으로 삭혀 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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