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가 한국을 택하려는 이유, 그 조용한 서사의 시작
레베카가 한국을 택하려는 이유, 그 조용한 서사의 시작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관중석을 흔드는 함성 사이로, 레베카 라셈의 스파이크는 유난히 긴 여운을 남긴다.
공이 바닥에 꽂히는 순간마다 울리는 “백화!”라는 외침은, 단순한 응원이라기보다 그녀가 한국에서 만들어온 관계의 깊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되지 않는다.
더 오래된, 더 개인적인 뿌리가 있다.
레베카의 할아버지는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머물렀다.
그때 만난 한국인 여성, 그러니까 레베카의 친할머니는 이후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가족을 꾸렸다.
고향은 달라도, 두 사람 사이엔 결코 어색하지 않은 연결이 있었다.
그녀는 종종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깝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먼 존재도 아닌
어딘가 마음속 깊이 ‘알 수 없는 친숙함’을 남겨둔 그런 나라였다.
그 기억은 배구 선수 레베카 라셈이 한국 V리그로 향하는 데 아주 작지만 분명한 의미를 더했다.
한국에서 뛰기 시작한 2021년.
처음 맞는 문화, 처음 듣는 언어, 처음 접하는 응원 방식.
그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그녀는 그 낯섦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버스 앞, 팬들은 그녀의 이름을 서툴지만 애정 가득한 발음으로 불렀다.
“레베카!”
“오늘 진짜 잘했어요!”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마음을 전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이곳에서 자신이 ‘환영받고 있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확신하게 됐다.
그리고 어느 날, 한 팬이 건넨 이름.
김백화.
백화(白花).
하얀 꽃.
그리고 ‘레베카’와 발음이 닮은 한국식 이름.
그녀는 그 이름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팬과 한국, 그리고 자신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다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난이 아니었어요. 정말로 한국과 연결되고 싶었어요.”
그녀의 말 한마디는 이미 방향을 정하고 있었다.
여기서 많은 질문이 따라온다.
정말로 한국 대표팀으로 뛸 수 있을까?
특별귀화는 가능한 걸까?
답은 의외로 명확하다.
대한배구협회가 ‘우수 스포츠 인재’로 추천하면,
법무부의 특별귀화 심사를 거칠 수 있다.
이 과정은 까다롭지만, 과거 대한항공의 진지위가 통과했던 전례가 분명히 존재한다.
더 중요한 건 현재의 레베카의 실력이다.
2025~2026 V리그에서 매 경기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고,
팀이 위기에 몰릴 때 결정적인 득점을 쌓아올리는 아포짓 스파이커.
한국 대표팀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유형의 선수이기도 하다.
2028 LA올림픽.
그녀는 이 무대를 꿈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 순간이 올 수 있다면 영광일 거예요.”
그 말에는 단순한 희망 이상의 ‘현실적 가능성’이 배어 있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 더 묶는다는 것.
한 나라의 이름을 스스로 선택해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
그것은 athlete로서의 선택이라기보다 인간으로서의 결단에 가깝다.
레베카에게 ‘김백화’라는 이름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이름은 누군가가 불러주는 소리이지만,
동시에 내가 받아들여야만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
그녀는 이미 그 이름을 자신의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2028년, 한국 여자배구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다면
우리는 레베카에 대해서 어떤 이름을 부르고 있을까
레베카는 오늘도 한국 팬들이 가득한 관중석 앞에서 뛰고 있다.
부담과 기대, 애정과 책임.
그 모든 감정이 한 순간에 몰려드는 그곳에서,
그녀는 조금씩 ‘한국 선수’라는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2028년 LA의 한 경기장에서 태극기가 선명하게 휘날리고,
그 아래에서 힘껏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선수를 우리는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우리는 그녀를 이렇게 부를 것이다.
레베카가 아니라,
김백화. 또는 다른 한국 이름으로...
그리고 그 이름은 더 이상 팬이 지어준 별명이 아닌
그녀가 선택한 미래가 되어 있을 것이다.게 될 날이 올까.
그 가능성은 점점 현실의 윤곽을 갖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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