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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Oct 10. 2024

인류 역사를 바꾼 운명의 순간들

<광기와 우연의 역사>_슈테판 츠바이크, 자작나무








"인간의 삶으로 아주 드물게만 내려오는 이런 위대한 순간은 그 운명의 순간을 장악하지 못한 인물에게는 모질게 복수하는 법이다. 조심성, 복종, 열심, 신중함과 같은 이 모든 시민적인 미덕들은 저 위대한 운명의 순간의 불길 속에서는 아무런 힘도 없이 녹아버리고 만다. 이런 위대한 운명의 순간은 언제나 천재를 원하고 그를 불멸의 모범으로 만들어주지만 유순한 자는 경멸하며 밀쳐버린다. 지상의 다른 신이기도 한 위대한 운명은 불 같은 팔로 대담한 자를 쳐들어 올려서 영웅들의 하늘로 들여보내 주는 것이다."p.156


유명한 작가들은 그 빛나는 명성만큼이나 사적인 영역의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혹은 드물게 흠결 없는 삶을 살았다 해도 작품의 주제나 스타일 자체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가 존재하는 것이 마땅치 않은가. 헌데 특이하게도 츠바이크에 대해서만큼은 불호의 반응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이것이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오스트리아 빈의 부유한 집안에서 1881년에 태어난 그는 일찍이 번역가로 성공했고, 후에는 섬세하고 세련된 문체로 작가로서도 명성을 얻는다. 벨 에포크라 일컬어지는 유럽의 황금시대에 활동한 그는 예술과 문화를 사랑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유럽 지식인으로서 고뇌에 빠진 그는 곧이어 2차 세계대전까지 목격하며 더 이상 부조리의 세계를 견디지 못하고 인간에 대한 절망을 깊이 느껴 망명지에서 자살한다.


"나는 자유로운 의지와 명료한 정신으로 삶으로부터 이별하기 전에, 나의 마지막 의무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바라건대 그대들은 이 긴 밤이 지나면 떠오를 아침노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너무 성급한 이 사람은 여러분보다 먼저 떠납니다." 츠바이크의 유서 중에서, 1942년


이 "고독하고 자발적이며 절망적인 최후"p.6는 그의 진보적이면서도 인류에 대한 이상을 지녔던 삶의 궤적과 지독하리만치 어울려서 불호의 반응이 적나 싶다.


이 작품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작용하게 될 운명적인 순간에 노출된 개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역사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운명적이라는 상투적인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실제의 순간을 츠바이크라는 세련된 이야기꾼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독후 그의 소설들이 더 궁금해졌다. 같이 가실 분?(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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