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일본적이며 아주 아주 오래된 이야기

<마음>_나쓰메 소세키

by 피킨무무




인간의 죄의식에 대한

지극히 일본적이며

아주 아주 오래된 이야기

<마음>_나쓰메 소세키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좋은 이야기부터 해보자. 책표지에서 말하지 않았다면 100여 년 전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만큼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특히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묘하게 염세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선생님의 태도와 그에게 끌리는 나의 관계를 다루는 첫 장 '선생님과 나' 부분이 그러하다. 사랑은 죄악이라 단언하는 선생님의 감춰둔 비밀은 무엇일까?


"하지만 어느 쪽이 먼저 죽을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면 선생님은 어떻게 할까? 사모님은 어떻게 할까? 선생님이든 사모님이든 지금과 똑같은 태도로 지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는 아버지를 고향에 놓아두고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인간을 무상한 존재라고 느꼈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인 경박성을, 느끼고 허망해졌다." p.123


"세상이 어떻든 간에 나는 틀림없는 사람이라는 신념을 마음속 어딘가에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K와의 일 때문에 보기 좋게 그 신념이 무너져 버리고 나 또한 작은 아버지와 똑같은 인간이라고 의식했을 때, 갑자기 아찔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남을 신뢰할 수 없게 된 나는 스스로를 신뢰할 수 없게 되었고, 그래서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입니다."p.350


부에 대한 탐욕을 보여주는 작은 아버지가 사실 대단한 악인이라 느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시선을 통해 엄청난 악인으로 비치는 것은 반대로 그의 고고하고 이상적인 나에 대한 굳건한 믿음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 또한 하잘 것 없는 비루한 욕망을 가진 인간일 뿐임을 받아들이는 일이 쉬웠을 리가. 세심한 감정의 묘사로 과도기 시대를 살아가는 고상한 지식인의 죄의식과 무력감을 잘 보여준다.


아쉬운 이야기도 해보자. 책의 제3장 '선생님과 유서'에 이르면 요샛말로 mbti 분류에서 반드시 I 타입일 선생님의 죄의식의 발로가 고구마 백만 개는 먹는 정도의 목 막힘과 함께 밝혀진다.


"나는 아내에게 만약 내가 순사를 한다면 메이지 정신을 위해 순사 할 생각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내 대답도 물론 농담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는 그때 어쩐지 낡고 불필요한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p.360


엔딩에서 말하는 메이지 정신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일본의 봉건시대를 끝내고 근대화를 이끌며 우상화된 메이지 천황의 죽음은 그 자체로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천황의 죽음을 자신의 죽음으로 연결한 아버지의 모습은 이해가능하다. 그러나 선생님의 경우, 몇 십 년 동안 묵혔던 죄책감을 자살로 해소하는데 그것을 "낡고 불필요한 단어"라는 "순사"에 비유한다. 나로서는 윤리적 혹은 도의적인 죄책감으로 주군을 따라 할복하는 봉건시대 사무라이의 모습으로 회귀한 듯한 이미지만이 떠오를 뿐이다. 이 지극히 일본적인 엔딩을 뭐라고 평해야 할지.


게다가 순백과 순결의 대상으로 사모님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까지 이르면 이 소설의 거대한 나이가 느껴진다. 선생님은 구구절절한 죄의식의 고백에 가까운 유서로 나에게 어떤 유산을 남긴 것일까, 의문만 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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