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고향은 저수지 밑에 잠겨있다.
아빠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 친인척들이 살았던 곳은 공익사업에 편입이 되어서 이제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나는 늘 우리 아부지가 뿌리가 뽑혀졌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유년기를 보냈던 아파트단지는 이미 십 여년 전 재건축으로 흔적이 없고,
내게는 고향이나 다름없는, 가장 오래 살았던 동네는 지금 철거가 진행 중이다.
평생 뿌리가 뽑혀 부유하는 느낌.
그동안 꽤 많은 정비구역을 다녔다.
협의보상평가, 수용재결, 이의재결 평가를 위해
현장에 가면 늘 기분이 어둡다.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깊게 스며들었던 구불구불했던 골목들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 곳에서 뿌리가 뽑히고 또 다시 돌아올 능력도 안되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이렇게 새 것으로 지어봤자 50년도 못간다.
진정 오늘만 사는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