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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Apr 04. 2024

집안일은 어떻게 나누는 게 좋을까

결혼 생활의 공공의 적 만들기

 집안일은 끝이 없다. 가족들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일거리는 끊이지 않고 생겨난다. 물론 가족 구성원이 집에 머무는 시간에 따라 반복하는 횟수는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일이 사라지는 경우는 절대 없다. 집안일은 당신이 직장을 다니더라도 피할 수 없다. 직장을 핑계로 그동안 집안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배려로 인함이지 해야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다. (어쩌면 당신의 게으름 덕분일지도..)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쉬고 싶은 마음이 정말 굴뚝같다. '눈 딱 감고 모른 체하면 내일 다시 출근하니까 오늘은 그냥 자버릴까'하는 생각은 거의 매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감고 있어도 집안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산 꼭대기에서 굴러 내려오는 눈덩이처럼 급속하게 쌓여갈 뿐, 내가 하지 않으면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하도록 떠넘기는 셈이 된다.


 흔히 집안일의 대표 종목인 설거지나 빨래, 청소 외에도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주변을 유지보수하는 모든 일이 집안일에 해당된다.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일도 집안일에 포함되고, 가족의 대소사나 행복을 챙기는 일도 집안 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직장 생활도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 아닌가. 아주 조금만 더 과장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일이 집안일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집안일은 아내들의 몫이라는 구시대적 사고는 통하지 않는다. 요즘 세대만의 문화니 뭐니 하는 것처럼 그저 트렌드가 바뀐 게 아니라 대물림되던 악습이 드디어 정상적으로 자리 잡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먹고살기 어려운 요즘 시대에 맞벌이가 더 많아진 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는 있겠다. 어찌 되었든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노력(경험해 보면 집안일이 더 힘들지만)을 했지만 수입이 발생하지 않거나 적게 발생하여 무시받던 집안일은 이제부터라도 가족 구성원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경험 상 집안일을 하면서 행복해하고 기쁘게 하긴 쉽지 않으니 차라리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게 낫다. 집안일은 무찔러야 할 적군이고 아군은 배우자인 셈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배우자는 아군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적군은 무찌르고 아군은 감싸줘야 한다. 지칠 땐 당연히 의지 할 수도 있지만 쉬고 싶다고 마냥 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내가 먼저 본 적군은 내가 무찌른다는 생각과 내가 더 많이 무찔러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안일을 대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쉼 대신 선택한 집안일에는 보상이 따른다. 전쟁 후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내일의 전쟁을 준비할 여유와 힘이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끈끈한 전우애가 생긴다. 너무 소소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보상이 없다면 사랑해서 결혼했어도 필요해서 살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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