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나의 기록
2015년 9월부터 지금까지 브런치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7년 이라니. 사실 믿기지 않는다. 기분은 2~3년인 것 같은데 글을 매일 쓴 건 아니고 브런치에 내가 쓸 공간만 마련해 둔 것뿐일 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로맹 가리 작품 리뷰로 한 권의 브런치 북도 만들었다. 매거진에 담아둔 걸 엮었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책이라는 형태로 뽑았다. 내 안에 쌓인 것들이 하나의 완성품으로 나온다는 사실에 소소한 기쁨이 있었다. 요즘에는 매거진 30개까지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우리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 빠르게 둘만의 생활로 접어들었고 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둘만의 조용함이 좋고 때론 겁나게 살벌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번잡함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아마 지금의 마흔둘은 부모님과 자녀들에 둘러싸여 때론 힘들고 때론 기쁘게 산다는 것을 안다. 그것도 행복. 이것도 행복이란 생각을 한다. 둘이 있다가 혼자가 된다고 해도 나는 흐트러지지 않고 남은 생을 잘 마무리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어디 가서 다 말하지도 못하지만 나에게도 충분히 그것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 내 인생에 대한 결정을 했다. 그리고 현실에 몸을 맡긴 채 나에게도 희망하는 것들을 상상할 권리라는 게 있다. 가끔 그런 삶을 상상도 못 하나 의문 가득한 적이 있다. 현실적인 조언에 가끔 말문이 막혀서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다. 지금은 그 마음도 알고 또 내 마음을 더 잘 알고 있으니 그거면 충분하다고 그것을 잘 묻어 두었다.
무채색 같던 나의 삶이 조금 다채로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다. 나처럼 더딘 사람이 있을 테다. 이제 조금씩 나를 다듬어 나갈 줄 알게 되었다. 아직도 급작스럽고 발작스럽게 원초적인 내가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점점 지혜롭고 세련되게 정돈된 나도 생겨난 것도 같다. 여성호르몬 보충되어서 그런지 요즘따라 기분이 좀 안정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제주 밤하늘. 그 밤처럼 나에게도 깊고 어두운 그리고 밝은 어떤 지점에 닿아버렸다. 깊숙이 들어갔다 빠져나온 참이다. 어떤 말들은 잊히지 않고 나에게 매달려있다. 그런 건 나는 원치 않는다. 잘 떼어다 묻었다. 거기 잘 넣어두고 다른 것으로 변해 새로운 예쁜 것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앞으로는 내 마음에 상처를 내고 싶지 않고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지 않고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예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제 정말 제주 여행의 마무리다. 또 다른 여행지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계속해서 자유여행기를 이어나가고 싶다. 글로 쓰는 여행기는 기억의 복귀로 또 한 번의 즐거움을 주었다. 제주가 소복이 나에게 쌓였다. 제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