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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Dec 17. 2022

가볍고 하찮은 마흔둘, 제주 자유여행기 5

여행기록 나의 기록

소홀히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들


제주 자유여행기 4로 끝마치려고 했는데 제주 밤하늘 사진이 남아서 뭔가를 더 남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 와서 나 자신이 달라졌을까 궁금했다. 이 한 번의 여행으로 사람이 바뀐다면 세상 바꼍다고 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제주라기보다 여행기록을 통해서 내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5년 전 여행기록을 보면서 다른 나를 발견했다. '내가 이랬었나?', '이 어설픈 감정은 뭐지?' 지금 나는 조금 더 성장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동안 나는 나 나름의 작은 발전이 있었다.


소홀히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들은 그 순간순간의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그것을 글로서 기록으로 남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브런치에서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선택이 참으로 탁월했다는 생각을 했다.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내가 쓸 공간이 있다면 충분하겠지만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넘어오면서 조금 더 내 안에 홀가분함이 있었다. '막 써봐, 쓰면서 느는 거야'라고 나를 달랬으니깐.


2015년 9월부터 지금까지 브런치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7년 이라니. 사실 믿기지 않는다. 기분은 2~3년인 것 같은데 글을 매일 쓴 건 아니고 브런치에 내가 쓸 공간만 마련해 둔 것뿐일 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로맹 가리 작품 리뷰로 한 권의 브런치 북도 만들었다. 매거진에 담아둔 걸 엮었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책이라는 형태로 뽑았다. 내 안에 쌓인 것들이 하나의 완성품으로 나온다는 사실에 소소한 기쁨이 있었다. 요즘에는 매거진 30개까지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제주 밤하늘



그것도 행복. 이것도 행복


여행이 이런 것이라면 나는 얼마간의 시간이 남았을까를 생각했다. 되도록이면 가까운 곳까지는 자유여행을 시도해 볼 생각이고 조금 먼 곳은 결국 여행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마흔다섯, 마흔일곱, 쉰 살과 예순 살까지 얼마간의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것 같다. 까마득할 것 같지만 당도하고야 만다. 내가 마흔둘이 될지 나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 ' 내가 마흔둘인가? 마흔둘 별거 아니네. 몸이 좀 예전 같지 않아서 그렇지. 쉰 살, 예순 살, 일흔 살 별거 아닌 걸로 만들어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 빠르게 둘만의 생활로 접어들었고 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둘만의 조용함이 좋고 때론 겁나게 살벌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번잡함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아마 지금의 마흔둘은 부모님과 자녀들에 둘러싸여 때론 힘들고 때론 기쁘게 산다는 것을 안다. 그것도 행복. 이것도 행복이란 생각을 한다. 둘이 있다가 혼자가 된다고 해도 나는 흐트러지지 않고 남은 생을 잘 마무리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어디 가서 다 말하지도 못하지만 나에게도 충분히 그것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 내 인생에 대한 결정을 했다. 그리고 현실에 몸을 맡긴 채 나에게도 희망하는 것들을 상상할 권리라는 게 있다. 가끔 그런 삶을 상상도 못 하나 의문 가득한 적이 있다. 현실적인 조언에 가끔 말문이 막혀서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다. 지금은 그 마음도 알고  또 내 마음을 더 잘 알고 있으니 그거면 충분하다고 그것을 잘 묻어 두었다. 




제주 밤하늘에 달



제주 밤하늘.


인생을 완전히 결정짓고 사는 사람은 없다. 어떤 순리라는 것이 있어서 나도 모르는 그 순리에 닿았을 때 내 삶이 또 한 번 바뀔 수도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느 정도 윤곽을 잡고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잘 풀리기를 바라고 바닥을 친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역량으로 잘 이겨낼 거라 믿는다. 개개인마다 얼마나 많은 다양한 삶이 있겠는가 그 삶들을 다 응원하고 싶고 나도 응원받고 싶다.


무채색 같던 나의 삶이 조금 다채로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다. 나처럼 더딘 사람이 있을 테다. 이제 조금씩 나를 다듬어 나갈 줄 알게 되었다. 아직도 급작스럽고 발작스럽게 원초적인 내가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점점 지혜롭고 세련되게 정돈된 나도 생겨난 것도 같다. 여성호르몬 보충되어서 그런지 요즘따라 기분이 좀 안정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제주 밤하늘. 그 밤처럼 나에게도 깊고 어두운 그리고 밝은 어떤 지점에 닿아버렸다. 깊숙이 들어갔다 빠져나온 참이다. 어떤 말들은 잊히지 않고 나에게 매달려있다. 그런 건 나는 원치 않는다. 잘 떼어다 묻었다. 거기 잘 넣어두고 다른 것으로 변해 새로운 예쁜 것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앞으로는 내 마음에 상처를 내고 싶지 않고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지 않고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예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제 정말 제주 여행의 마무리다. 또 다른 여행지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계속해서 자유여행기를 이어나가고 싶다. 글로 쓰는 여행기는 기억의 복귀로 또 한 번의 즐거움을 주었다. 제주가 소복이 나에게 쌓였다. 제주 안녕.



1) (참고) 2022년 12월 6일~10일(4박 5일), 제주 낮 기온 13~15도.

2) 제목은 마흔둘과 여행을 동일시하여 생각하여 봄. '여행(마흔둘)을 가볍고 하찮게 여겼으면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그 쉬운 '괜찮아'란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 가볍고 하찮은 마흔둘, 제주 여행기 1 중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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