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 <사랑 바다>
튈린은 무척 아름다웠고, 여전히 어린아이 같았으며, 유년기를 벗어나면서 아주 유연해졌다.
아버지가 사라진 뒤, 그녀의 길고 불행한 몸은 파도 속에서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애쓰느라 더 길어지고 근육질로 변했다.
그녀의 얼굴은 세모꼴이었다.
그녀는 공간 속에서 움직일 때 여전히 도도했고, 늘 발걸음에 몰두해서 몇 살이 되건 꼿꼿한 상체를 꼼짝하지 않은 채 백조처럼 나아갔다.
사방을 바라보면서도 무엇도 응시하지 않고, 난감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과감하게, 예리하게 활짝 뜬 그 크고 침착한 눈은 그녀가 맞닥뜨리지 않은 가시(可視옳을 가, 볼 시) 세계까지 빨아들이는 듯 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보는 것에 속했다.
그녀는 더없이 평온하게 젊은 여자들을 가르치면서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제자들에게 그저 비올라의 여러 요소를, 통주저음이 실현되는 순간을, 다양한 방식의 작곡을 선보였을 뿐이다.
그녀는 조언을 점점 줄이고, 끊임없이 본보기를 통해 보여 주었다.
예전에 한 번은 너무 많이 말한 적이 있었다.
두 번 다시는 그러지 않을 터였다.
그녀는 아주 큰 소리로 말하며 꿈꾼 적이 이었다. 말하지 않고 보여 주는 이미지들에 머물러야만 했다. 이미지들은 압박하거나 부추기지 않고 약속한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꿈을 많이 꿀 테지만, 잠에서 깨어나면서 더는 어떤 언어로도 자기 꿈을 옮기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누가 죽어도 조의를 표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비올라가 든 가죽 케이스를 들고 그곳에 도착했다.
흰 담비 외투의 털을 온통 휘날리며 나타나서는 접이식 의자를 펼쳤다.
그녀는 모든 사람을 울리는 슬픈 작품을 연주했다. 그녀는 감사를 표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해변에서 산 선물 하나를- 자갈에 새겨진 그림 하나, 상아 혹은 견갑골에 새겨진 그림 하나를- 말없이 내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붙잡은 손 위에 놓인 자기 손을 오므릴 뿐이었다.
혼자 있을 때만 보세요,라고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녀는 꼭 바다 같았다.
그녀는 움직이면서 경이롭게 흩어지는 모래톱과 정말이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는 오직 생생하고, 고요하고, 단호하고 야성적인 담대함만을 사랑했었다.
<사랑 바다> 파스칼 키냐르 p328-329
***
책이 무척 읽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유튜브를 너무 정신없이 매일 보다가 문득 내 정신의 중심을 잡을 수 없을 때
그 영상이 어제오늘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는 것들이었을 때
왜 그것에 중독되어 있을까 싶을 때
정신의 안정이 필요할 때
책을 펼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일단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