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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H(러쉬) 소녀, 내게 말 걸어온 Maria

적극적이고 활발한, 러쉬 같던 그녀에게

by rohkong 노콩

지금도 러쉬(Rush : 영국의 핸드메이드 화장품 회사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곳, 밝고 외향적인 매장 분위기로 유명한 곳)를 지날 때면, 그 향기를 맡는 순간 어김없이 Maria 가 떠오릅니다.


브라질, 더 넓게는 남미에 아직 러쉬 매장이 생기기 전부터, "브라질에도 꼭 생겼으면 좋겠다."며 회사에 메일을 보낼 만큼 적극적이었던 그녀.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진 그 해였는지, 아니면 그다음 해였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는 그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러쉬는 브라질에서 철수하였습니다.)


브라질에서 아는 브랜드를 만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게에, 가끔 스벅에 갔던 것처럼 러쉬 매장에도 이유 없이 들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장에서 우리가 나누는 한국어 대화를 들은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고, 그 길로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고, 웃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 Maria는 한국에 여행을 왔습니다. 서울에서 며칠 머문 후 부산으로 내려와 2주간 저희 집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저는 그녀와 함께 외갓집도 가고, 남해도 가고, 당시 구남자 친구이자 지금의 남편의 고향 삼천포 그리고 통영과 경주도 함께 여행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날이 하나 있었습니다. 외할머니의 세례명이 ‘마리아’인데, 그날은 외할머니와 Maria, 외삼촌, 그리고 저까지 ‘두 마리아’와 함께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며 밤을 보냈습니다. 그날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회동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고, 다시 만나기 어려울지도 모를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 술잔을 나누던 그 순간이 너무나 감격스러웠습니다.


또 삼천포로 내려간 어느 날, 길에서 문어가 걸어 다니는 걸 우연히 목격하기도 했어요. (어항에서 탈출한 걸 발견! 진짜로요!) 그리고 함께 식사했던 지금의 시어머니께서 Maria를 신기하게 바라보시며 이것저것 한국 음식을 권하시던 장면도 아직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끝도 없지만, 이렇게라도 마음을 담아, 그리운 Maria에게 이 편지를 전합니다.




이 글은 편지 형식입니다.

10년 전, 함께 브라질 교환학생을 했던

그리고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들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여행 정보는 없지만 그때의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어, 친구의 모국어인 영어로 함께 공유합니다. 번역은 ChatGPT로 진행하였으며, 이후 친구에게 검수받아 수정할 예정입니다.




oi, tudo bem, maria?

마리아, 네가 한국 다녀간 지도 벌써 6년이 다 되어 가네. 시간이 정말 빠르다! 가끔 우리 집 2층 문을 두드리면 네가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야.(지금은 그 집도 없어졌지만!) 이사 기념으로 한번 더 한국에 올 생각은 없니? ㅎㅎ


요즘은 잘 지내니? 예전처럼 여전히 바쁘게, 또 즐겁게 지내고 있겠지? 너도 상파울루에 살고 있지 않잖아. 정말 많은 것이 변했지. 우리가 브라질에서 만난 것도 어느덧 10년이 되었고, 한국에서 다시 만난 지도 6년이 흘렀다니... 그래도 SNS 덕분에 네 근황을 종종 볼 수 있어서 좋아. 네가 올리는 사진이나 글만 봐도 여전히 생기 넘치는 네가 느껴져. 난 너의 Big Smlie이 좋아 활짝 웃는 그 미소! 그리고 너는 사람들을 큰 미소 짓게 만들지 너의 매력포인트랄까? 사진으로도 너의 활기가 전해져서 기뻐.


오랜만에 이렇게 편지를 쓰니까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생각해 봤는데, 문득 우리가 상파울루에서 처음 만만났던 날이 떠올랐어. 너의 사랑, 러쉬에서 말이야. 멀리 있다가 우리(보나와 나)가 주고받는 한국어를 듣고 뛰어온 너, 기억나? (뛰어까지는 조금 오버고 달려온 너! ㅋㅋ). 어떻게 한국어를 아냐고 물었더니, 네가 무슨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아. 사실 그때 우리는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만들고 있던 시기였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만남 중에 하나일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렇게 친해질 줄은 정말 몰랐어. 마치 로망 같은 일이 현실이 된 느낌이었달까?

여행을 가도 현지인들과 친해지는 게 쉽지 않잖아. 나도 교환학생이니까 대부분은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이랑만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브라질에서 너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 말도 잘 통했고, 이야기 나누는 게 즐거웠어.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네가 다 알아들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대충 얼추 알아들었지?ㅋㅋ


한국에 돌아와 보니깐,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게 참 어렵더라. 외국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삶이 너무 빡빡한데 새로운 무언가를, 새로운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게 쉽지 않은 거 더라고. 하루는 지하철에서 문득 네 생각이 났어. 만약 나처럼 길을 헤매고 있는 누군가를 마주친다면, 나도 너처럼 손 내밀어 줄 수 있을까? 한 번쯤은 가능하겠지만, 그 인연을 지속해서 이어가기란 정말 쉽지 않잖아. 브라질에서의 나는, 현실보다 꿈속에 사는 느낌이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잘 실감하지 못했는 데, 현실의 너와 꿈속의 내가 만나 친구가 된? (너무 로맨틱한가? 미안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ㅋㅋㅋㅋ)

지금 돌아보면, 정말 신기해하고 너는 참 멋진 사람이야


그런데 왜일까? 브라질에서 같이 찍은 사진은 별로 없더라. 사진 찾다가 놀랬잖아! 진짜 그래도 네가 한국에 와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브라질에 있을 때, 사람들이 자주 물어보던 질문이 있었지. 너도 그날 나한테 물어봤던 거 기억나?

"브라질의 인상은 어때?"

"브라질에서 뭐가 제일 좋아?"

"브라질에서 뭐가 제일 달라?"
여러 대답을 했던 것 같은데, 결국 마지막에 남은 내 대답은 "나무"였어.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그 말이 딱 와닿더라. 아마존에서 상파울루까지는 비행기로 6시간이 걸릴 만큼 떨어져 있어도 말이야. 난 브라질의 나무가 인상 깊었어. 푸르고 울창하고, 마치 우리나라로 치면 천연기념물이 거리에 군데군데 심겨있는 느낌이랄까? "한국엔 나무가 이렇게 크지 않아? "라고 네가 물어서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로 심어진 나무가 많아서 브라질처럼 오래된 나무는 드물고, 나무가 크게 자리긴 해도 브라질만큼은 아니야"라고 대답했잖아. 기억나니? 아직도 한국 길거리를 걸을 때 브라질 나무들을 떠올려, 크고 울창한 그늘을 주는 시원한 내음의 그 나무들을 말이야. 숲 속에 있어야 할 나무가.. 여기 있네 싶어도 아무도 그 나무를 자르지 않고 (함부로 나무를 자를 수 없음) 공존하는 느낌의 거리를 보며 한국도 그러면 좋겠다 항상 생각해. 요즘은 길을 걸어 다닐 때, 낙엽 생긴다고, 열매 생긴다고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자른 모습들을 정말 자주 볼 수 있어. 말 못 하는 나무에게 함부로 대하는 저 모습이 무서워. 나무가 크면 얼마나 좋은지 보여주기 위해서 나무 몇 그루만 보내줄래? 우리 집 앞에 심을게


나무만큼이나 마리아도 참 보고 싶구먼~

네가 한국에 왔으니, 이번엔 내가 브라질을 가거나

네 동생보러 브뤠셀에서 만나자

보고싶은 마리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자 우리

안녕!


디엠할게


2025.04.15

한국에서 너의 친구, 노현지보냄

IMG_1427.jpg 러쉬 매장에서의 그녀, 이벤트 날이었다...(물론 그녀는 언제나 화려함)
IMG_1428.jpg 편지를 써준 그녀
IMG_1426.jpg 내가 떠나기 전, 함께 해준 친구들







한국에서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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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타워에서의 마리아, 그녀를 만난 날!
IMG_1411.jpg 어색함은 1도 없었다
IMG_1412.jpg 애뜻한 척 브라질 방향 아래에서 사진찍기
IMG_1413.jpg 올리브영에서 마리아 귀엽다
IMG_1416.jpg 삼촌, 할머니, 마리아 그리고 나, 역사적인 날 함께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날이 하나 있었습니다. 외할머니의 세례명이 ‘마리아’인데, 그날은 외할머니와 Maria, 외삼촌, 그리고 저까지 ‘두 마리아’와 함께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며 밤을 보냈습니다. 그날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회동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고, 다시 만나기 어려울지도 모를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 술잔을 나누던 그 순간이 너무나 감격스러웠습니다.



- 위에 적힌 글



IMG_1417.jpg 구남친, 현남편과 마리아

마리아 저기 가봐! ㅋㅋㅋㅋㅋㅋㅋㅋ마리아는 뛰었다




IMG_1418.jpg 집에서 우크렐레 연주를 해주었다
IMG_1419.PNG 보나, 마리아, 나 그리고 공간 사장님과 친구
IMG_1420.jpg 나와 남편토리 그리고 마리아, 우리의 첫 네 컷...(만족하지 못함)
IMG_1421.jpg 경주에 간 우리(모나, 마리아)


IMG_1422.jpg 한복도 한번 빌려입어 봅니다
IMG_1423.jpg 마리아와 모나
IMG_1424.jpg 마리아와 나
IMG_1425.jpg 마리아와 우리(남편과 나)





IMG_1429.jpg 통영, 동피랑에서
IMG_1430.jpg 경주,,, 돼지를 지키는 마리아
IMG_1431.jpg 부산 우리집 옥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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