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념이 없는 난, 곧 엄마가 된다 (D-114)

그냥 걱정이 매일 된다.

by rohkong 노콩

내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경제관념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 우리 집에 부족했던 건 돈이었다. 그 한몫을 내가 단단히 했고 20대가 되어서는 그 몫을 오빠의 도움을 조금 극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에, 혹은 나 한몫 잘 헤쳐나가지 못하는 나였다. 돈이 부족하여 나의 행복이 반이 되진 않았지만 엄마는 꽤나 많이 힘들었을 거 같다.

내가 10살이 되던 해, 드디어 내 집마련을 한 엄마와 아빠, 할머니 오빠와 나 우리 다섯 식구의 그림자가 들이운 건 순식간이었다. 3월에 전학을 갔으니 채 5개월을 살지 못하고 아빠가 돌아가셨다. 당연 집을 팔고 그 집에 나온 뒤 8번의 이사를 했다. 고등학교를 가서 미술을 한 나를 위해, 학원비를 엄마 혼자 버시느라 힘들었고 대학교에 가서도 딱 지 밥벌이 하나.. 했더니 여행 간다고 바빴던 나였다.

견문이 넓어져 너무너무 좋았지만 가난한 형편에 과한 여행이 맞았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렇게 떠날 여행이라 자부하지만 여전히 나는 경제관념도, 여행에 가슴이 뛴다.


비행기표만 봐도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최저가 여행을 다녔던 20대 초반의 나와 지금은 꽤나 달라져있음에도 여전히 가장 싼 호스텔에서도 잘 자고 가장 저렴한 비행기표로 여행지로 날아갔다 금세 돌아올 그런 마음이 가득하다. 결혼을 하고 나 혼자였던 모든 여행은 둘이 되었다. 디지털 노매드가 된 이후로 나보다 소중한 전자제품이 늘어서 가장 싼 호스텔은 결코 가지 못한다. 못한다는 조건이 늘어나는 데도 여전히 마음은 20대 초반이다. 그 마음이 때론 엄마 탓을 하고 싶고 때론 내 탓을 하고 때론 어이가 없다.


10대, 20대에 열심히였던 오빠는 우아 정말?이라고 말하는 곳에 취직을 해서 해외출장도 가고 아프리카 여행, 유럽여행, 아시아 여행도 간다. 물론 일도 그만큼, 아니 그보다 열심히 한다. 경쟁적으로 여기 여행해 봤다 저기 여행해 봤다 말했던 시절은 다 가고 오빠의 여행지가 압도적으로 늘었다. 나와는 처지가 달라져 부럽고 부럽다. 가끔 만나는 그는 세계 이곳저곳에서 사 온 기념품 꾸러미를 열어 놓는다. 재미있고 나도 결혼을 안 했으면 저렇게 자유로웠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결혼을 후회하진 않는 데 여행을 생각하면 그냥 그런 생각을 한다.


여기까지가 현실인 내가 곧 엄마가 된다니

나는 철이 없고 여전히 비행기표에 가슴이 뛴다.

내 아이가 나처럼 여행을 간다고 하면... 움? 말리고 싶었을 만큼 겁 없고 어이없는 여행을 많이 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가 다녔던 여행지를 남편과 한번 더 가고 싶다. 아직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그런지, 아이가 태어나면 어머님들께 잠시 육아를 양보하고(?) 둘이서 일이든 여행이든 하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내 새끼 엄마 마음을 알면 실망할까?

생애 첫 주택을 둘 다 즐겁게 날려버리고 월세살이 하며, 아이를 가진 우리가.

아니 내가. 괜찮은 엄마가, 돈개념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꽤나 안정적인 척하지만 전혀 안정적이지 않은 프리랜서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다.





10년 전 브라질 교환학생이 되어 브라질로 떠나기 전에 선배 중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작가가 된 그녀를 서울, 그녀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녀는 지금 더 성장했고 그 당시도 대기업과 잦은 콜라보를 하는 작가였다. 막상 그녀를 만났을 때, 너무 바쁜 하루하루에 명절에 집에 내려가지 못해 어머니가 올라오셨는 데도 2평쯤 되는 작은 작업실에 같이 있으며 어머니가 옆에서 챙겨주지만 본인은 그림만 그렸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가시고 울면서 그림만 그렸다고 했다.

그 뒤로 10년이 지난 지금, 우린 처음으로 바빠서 시골에, 엄마를 보러 가지 못했다. 나도 이제 그 타이밍인가? 샤워를 하며 문득 생각했다. 그녀도 그땐 여행은 무슨 엄마 보러도 못 갔는데, 나도 그런 거겠지? 이렇게 열심히 하면 10년 뒤엔 그녀처럼 유명하고 꽤나 안정적이 어지겠지?



갑자기 10년을 참을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내겐 나침판 같아서 조금 마음이 낫다. 속속 들여 그녀의 사정은 모르지만 우선 내가 보이는 그녀처럼 경제관념 있는 사람이 되고 안정적인 작가가 되자. 그럼 멋진 엄마가 되겠지.








흐물거리는 방토를 잘 못사서

먹다가 뭘 만들어보는 아침

아침 안먹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