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내 새끼, 바쁜 하루 속에 보람찬 오늘
여러 생각들이 많은 요즘
그러나 대체적으로 평온하다
모든 일을 다 헤쳐 나가지 못함에서 오는 아쉬움과
의욕, 욕심은 있지만
내 기준 적당히를 유지하며 평온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만삭에 이 정도 컨디션, 이 정도 고민이면
참 다행이다 싶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은 참으로
보통일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운 좋게도 꽤나 괜찮다
어제는 출산 전 마지막 산부인과를 갔다
토롱이(태명)가 아주 살찌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태동이 아주 요란해졌기 때문에 건강하다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웬걸 의사 선생님께서 가슴아래에 초음파
기기를 대었을 때 “여기 대퇴골이고요” 하는 데?
“엥?”
그러고
“여기가 머리네요”
하고 배 아래쪽을 말씀하셨다
“오.. 그럼 아기가 돈 거예요?”
라고 하니,
“아니 돈 건 아니고 고개를 돌린 정도예요”
라고 하셔서
“지난주까지는 역아였는데, 지금 역아예요?”
라고 물어보니
“아! 역아는 아니고 지금 아래쪽에 머리가 있어요”
하셨다
헐!!!
헉!!!
세상에 만세!!!
마지막 달에 아니 마지막 주에 역아를 탈출하다니
역아를 돌리기 위해 봤던 요가 영상 댓글들에서 봤던
몇 안 되는 인증 중에 역아가 돌았어요! 했던 일이
내게도, 우리에게도 일어났다
세상에!!!
돌았어
토롱이는 역아에, 여자아이라
분만 과정에서 다리에 힘이 가해졌을 때
고관절이 빠지거나 손상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친한 동생의 아기도, 역아여서 그 신생아가
깁스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돌았다 뱅글!
180도! 후...
큰 고민이 해결되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첫 고비를 넘긴 듯하다
다행이다 정말
지난 일주일, 엄마집 이사에
집 정리를 위해 이곳저곳으로 짐을 옮기고
엘베 없는 4층 작업실을 남편과 오르락내리락
거리느라 정말 힘들었다
출근까지 신경 쓰느라 밤 12시를 기점으로 작업실을
다녔다
아직 남은 집안 정리와 엄마집 정리가 조금 더 남아
당근 늪에서 이런저런 이들과 소통하느라
힘이 든다
임신 시기가 이번 주가 끝이니,
잔잔하게 찍고 싶었던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들
그림들은 포기한 상태로 당장 해야 할 일만 하는 데도
벅차다
입만 벅차지, 모든 일은 남편이 다하고 있어서
매일 마시는 멀티비타민을 때려 넣고
밤에 곯아떨어지는 그를 보며, 나 병원에 있을 때
오지 마라 ㅎㅎ
링거 맞아야 하는 거 아니 가라는 농담을 주고받을 땐
좀 미안하다
근데 이렇게 아기가 도니 우리가 행복을 찾았다
부지런히 다닌 것이 운동이라 생각했나
너무 집에서 컴퓨터만 하던 엄마가 드디어
움직인다!!
드디어 나갈 때가 다 됐다 나도 움직여야겠다 싶었나
너무 다행이다
둘이서 역아탈출 소리를 듣고 하이파이브를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너무너무 다행이다
출산 전 마지막 날이라
사인할 것도 많고 들을 것도 많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위험성에 대해, 후유증에 대해, 대처법에 대해
추가 약이나 진통제에 대해서
비보험과 보험에 대해, 병실이동과 조리원에 대해
결제 건에 대해, 준비물에 대해
순식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은 거 같다
정말 목숨 걸고 하는 게 수술이고
출산이 맞는구나 싶고
협박을 들은 기분이기도 하다
온 힘을 다 썼지만 기분이 좋고
또 지쳤다
모든 서류에 싸인과 결정을 하고
병원에서 나섰다
2시간 넘게 병원에 있었던 거 같다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두근거림과 무서움이 공존하며
걱정과 기대가 가득하다
남은 기간 잘 헤쳐나가 보자
토롱아, 남편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