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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경 Aug 23. 2023

귀신의 시간에 난 거실에 앉아 있었지 (7)

류머티즘의 치료법과 우아한 재충전의 방편

류머티즘 확진을 받은 후 처방받은 치료제는 복용 또는 주입 주기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매일 먹는 약과 일주일 간격으로 먹는 약, 그리고 2주 간격으로 스스로 몸에 주입해야 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 주사제다.

1~3개월 간격으로 예약된 날에 병원에 가면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한 후, 당일 결과를 보며 주치의가 다음 예약일까지 복용해야 할 약의 개수나 종류를 가감한다. 태초 진료를 받았을 때 처방받았던 치료제와 현재의 치료제는 종류와 양에서 그리 큰 변화는 없고 확진 후 3년 후 자가면역질환 치료 주사제가 변경되었고 10년 차가 된 현재 만성통증 완화를 위한 ‘울트라셋’이 추가되었다.     

매일 아침 식후 복용해야 하는 약은 모두 7종이다. 쎄레브렉스캡슐(염증, 통증을 가라앉혀주는 소염진통제), 덱실란트 디알캡슐(미란성 식도염의 치료제), 디카맥스디 정(칼슘제, 비타민D함유), 신일 폴산정(엽산-비타민 B제), 무코스타정(위장약-급성위염, 만성위염의 증상 완화), 프로그랍칼셀(면역억제제), 소론도정(류마티스성 장애 급성 진행 또는 악화를 방지하는 보조제-합성 부신피질호르몬제)이다.

1주에 한 번 복용하는 약은 유한매토트렉세이토정(류머티즘 치료제로 대사 길항제, 항암제이며 엽산의 작용을 방해하고 류머티즘을 표적 치료한다. 복용일 간 간격과 용량을 지키지 않고 과다 복용 시 사망할 수 있다)으로 혈액검사 결과를 보며 주치의가 가감한다.

2주 간격으로 스스로 주사를 투입해야 하는 ‘휴미라 펜주(류머티즘 관절염의 치료제, 펜형 피하 주사제)’는 펜형으로 개발된 주사제로 현재는 피하주사제 ‘악템라’로 변경되었다. 이 주사제들은 냉장 보관하며 동일 부위에 반복해서 주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배꼽을 중심으로 왼쪽 복부, 오른쪽 복부, 오른쪽 허벅지, 왼쪽 허벅지 순으로 2주마다 주사 부위를 바꾼다.     

1주, 2주 간격의 투약은 알람을 맞추어 놓았고, 매일 먹는 약을 빠짐없이 챙겨 먹었다. 치료제를 투여하면서 크게 불편함은 없었고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부작용을 느끼지 못했다. 류머티즘을 확진받은 뒤 가려 먹거나 특별히 챙겨 먹는 음식, 영양제는 없었다. 치료제 중 면역억제제가 포함되어 있어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는-그전에도 먹지 않았었으나-우연히도 먹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홍삼이다.

가벼운 감기는 잘 걸리지 않았고, 간혹 열이 심한 몸살감기를 앓았는데 류머티즘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평소 잘 걸리지 않았던 구내염이나 잇몸 염증, 구순포진, 질염, 임파선염이 잦아 적잖은 불편함을 겪었다. 질염의 경우 초기 발병할 때마다 산부인과를 내원했다. 자주 재발하는 질염 때문에 매번 진료받는 것이 번거롭고 거북스러웠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쉽게 깊어지는 병증으로 고민할 무렵 약국에서 질정제를 구입하고 증상이 있을 때마다 투약했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한 질정제는 생각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산부인과 내원이 꺼려진다면 참고해 보길 바란다.  

  

전문의에 의한 통증의 명명은 생각보다 큰 심리적 위안을 준다. 류머티즘이 난치이긴 하지만 그 분야 전문의가 치료 방향을 고민하고 내 몸의 내면과 외면을 섬세히 살펴 결핍될 수 있는 영양제까지 처방해 주므로 진정 든든하지 않은가?. 비록 매일 한 주먹의 약을 삼키고 일주일에 한 번 또 추가로 약을 삼켜야 하는 형편이었지만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예전보다 표정이 더 밝아지고 조금씩 차도를 보이는 치료제 덕분에 한 달 중 7일 정도는 완전히 통증이 없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가벼운 몸과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보내며 삶의 환희를 맛보았다. 새로운 위안과 익숙한 통증이 교차하며 일상을 메우는 그런 삶, 이제 벗어날 수 없는 정해진 궤적에 진입해 지난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약으로 다스려지는 병은 병도 아니야.’라고 종종 말하곤 한다. 이 말은 수십 알의 진통제보다도 효과적인 자기 위안이 된다. 이제 내 여생에 약을 삼키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 있긴 할까 생각하는 순간 우울감이 차오르기 때문이다.


우울감을 걷어내고 삶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나는 그 방편으로 요가와 독서, 글쓰기를 한다. 이 세 가지의 활동은 그 단어만으로도 삶이 주는 진의를 깨닫게 하며 무엇보다 평정심을 유지하게 한다.

요가는 머릿속에 떠돌던 망상과 잔상을 하나씩 걷어내고 맑은 정신을 갖게 하므로 류머티즘 환자에게 꼭 맞는 운동법이기도 하지만 체력적, 신체 구조적 한계를 무시하고 자세를 만들면 오랫동안 통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 자리 통증이 만성염증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매일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것이 방법이다. 1년간 365회를 완수하고 중단하는 것보다 3년간 365회를 시행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1주일에 2~3회 정도,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고 느긋하게 정진한다. 만족스러운 촉감의 제대로 된 요가 매트와 몸에 편하게 맞는 요가복을 구비하고 필요하다면 폼롤러나 요가볼도 활용해 보자.


독서는 젊음이 함께 할 때 빛난다. 젊지 않은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독서란 특정한 자세로 오랜 시간과 시력을 할애해야 가능한 활동인데 중장년 이후의 독서는 다음 날 반드시 후유증을 남긴다. 어깨가 뭉치거나, 목을 돌릴 수 없거나, 눈이 더욱 침침 해지거나, 눈물샘이 막혀 눈곱이 끼는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목이나 어깨에 예측할 수 없는 통증을 불러오기 전에 편안한 높이의 독서대를 구비하고 독서 중간에 먼 곳을 보는 등 무리하지 않도록 한다. 이것은 독서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적인 활동 중에 무리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통증이 있는 사람은 통증의 양상을 인식하는 것과 함께 통증을 경감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류머티즘의 통증은 퇴행성 관절염과 다르다. 써서 아픈 병증이 아니며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류머티즘, 그렇다면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랬었다. 하지만 류머티즘과 관절염, 만성 근육통은 경계가 희미하며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통증을 동반하며 몸을 떠돈다. 허용 범위 안에서의 근력 운동과 일상생활 속 자신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면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예견되는 통증에 대해 단단히 방책을 세웠다면 그로부터의 독서가 비로소 신묘한 진통제 역할을 한다.


글쓰기는 말하기보다 좋은 치유의 수단이다. 말하기는 듣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를 의식해야 하며, 그의 반응에 따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축소 또는 확대하게 된다. 글쓰기는 그에 비해 일방적이므로 자신의 의도한 바를 왜곡됨 없이 풀어놓을 수 있다. 글쓰기 또한 목적과 방식에 따라 충분히 외압을 받을 수 있지만 일단, 생각한 바를 나이브하게 쏟아 놓을 수 있다. 글의 수정과 변형은 그 이후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단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 편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속이 시원하다. 스스로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글을 써보자. 스트레스 해소의 방편으로 생각보다 유효하고 유익하다.


요가와 독서, 글쓰기는 공통점은 홀로 행한다는 점이다. 나에게 보다 근원적인 쉼은 수고롭게 홀로 담금질하는 것을 의미하고 오랫동안 요가, 독서, 글쓰기를 하다 보니 저절로 하게 되는 습관이 되었다. 이외에도 가끔 펜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멍하니 창밖에 시선을 꽂고 음악을 듣거나 집 청소를 하는 것이 방편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타인과 함께하는 쉼의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외부에서 받아들여지는 자극에 반응하는 나의 모든 감각은 유한한 에너지를 닳게 한다. 나는 타인을 통해 치유되는 그런 타입의 인간이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어이없게도 너무나 사랑하고 그에게 모두 내어주곤 하지만, 그뿐이다. 타인이 나의 위로가 되진 않는다. 스스로 부침을 거듭하다 보면 다시 온전한 일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채워진다. 나는 그렇게 다시 세상을 품고 당신을 바라보며 나의 것을 온전히 내보일 수 있다. 이런 우아한 재충전의 방편을 찾아 두는 것은 생애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된다.


일상 속 별것 아닌 것에서 지옥을 경험하고 다름 아닌 자신에 의해 치유된다. 인간의 육체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처럼 마음도 그렇다. 류머티즘은 마음과 한통속이므로 마음이 어느 한순간에 머물러 통증의 열매를 예견하고 있을 때, 늦기 전에 성실히 그 마음 흐르도록 할 일이다. 마음의 물결에 싸여 흘러간 통증의 열매는 나와 당신 곁에 머물지 못하고 온당히 흐르다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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