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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HY Nov 05. 2019

세계 여행하며 배우기! 버킷리스트 대신 배킷리스트

배워서 남 주나? 배우는 게 남는 것!

여행의 버킷리스트는 배우기, 배킷리스트.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하고 싶은 몇 가지를 정해둔다. 파리에서 에펠탑과 사진 찍기, 프라하에서 스냅 촬영 찍기, 터키에서 패러글라이딩 하기 등등 곳곳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너무 많지만, 가장 먼저 정했던 것은 '배우기'였다.

세계여행 중 '배우기'를 하기 위해선 몇 가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는 코스(일정)
두 번째는 기간
세 번째는 예산이다.

코스는 여행 코스에 해당 국가나 도시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원래 스페인어는 멕시코가 아닌 과테말라에서 배우려고 했다. 영어를 필리핀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스페인어를 배우기에 과테말라 만한 곳이 없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일정에 과테말라를 넣기가 애매했다. 페루에서 시작되는 남미 여행 앞에 과테말라를 들렀다 가는 것이 동선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지 않았다. 결국 과테말라를 과감히 포기하고 멕시코에서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는 도시와 학원을 찾아 과외를 했다.

기간은 배움의 시간을 얼마나 가져가야 할 것인가 이다. 단 하루를 배워도 될 것이 있고, 며칠을 또는 몇 주를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 스페인어의 경우 10일(2주) 동안 과외를 신청했고 서핑은 하루만 과외를 받았다. 때문에 과달라하라에서 머무는 기간이 한 달을 꽉꽉 채웠고, 호주 골드코스트에서는 3일만 머물 수 있었다.

여행 중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예산. 이렇게 많은 돈을 들이면서까지 배워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민되는 부분이다. 예산은 방법이 없다. 미리 인터넷을 통해 가이드를 잡아 놓고 현지에서 흥정하는 방법뿐이다. 그리고 예상보다 항상 많이 나올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검색해서 찾은 정보가 이미 예전 자료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우리가 방문했을 땐 물가가 상당히 올랐을 수 있다.




첫 번째 배움,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스페인어 배우기


캐나다와 미국이라는 영어권 국가를 떠나 처음으로 스페인어 국가를 만났던 곳이 멕시코다.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곳. 그 이유 중 하나가 스페인어를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과달라하라에서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숙소


멕시코에서 스페인어를 배울만한 곳을 찾았다. 멕시코에서도 한국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과감하게 패스했다. 아무래도 언어를 배우려면 한국인이 적은 곳으로 가는 게 당연하니까. 그렇게 찾던 중 멕시코 교육의 도시라고 하는 과달라하라를 선택했다. 멕시코 두 번째 도시라 생활수준이 높으면서 교육적인 인프라도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다는 얘길 들어서다.


과달라하라 어학원


운이 좋게도 에어비앤비로 좋은 숙소를 예약해서 3주가 넘는 시간 동안 즐겁게 생활했다. 옆 방(?)에 살고 있던 제이에게 하루하루 배운 스페인어를 자랑했다. 수업이 끝나면 학원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복습하며 시간을 보냈다.


매일 방문했던 스타벅스


고작 2주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숫자와 정말 필요한 기본 회화, 가장 중요한 스페인어에 대한 눈치를 배울 수 있었다. 과달라하라에서 스페인어를 배워서 다행이야.




두 번째 배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탱고 배우기


아르헨티나는 많은 도시를 방문하지 않았다. 남미 여행에 대한 피로도가 이미 많이 누적되어 있던 탓이 크다. 그래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약 2주 정도 머물기로 했다. 살타에서 며칠 동안 푹~쉬었지만 다시 칠레 산티아고를 다녀와서 피곤함이 느껴졌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즐긴 새해 불꽃놀이


여행 중 만났던 친구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다시 만났다. 함께 에어비앤비 집 전체를 빌려 머물렀다.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공연도 보고, 맛집도 다니고 새해의 시작을 맞이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숙소


우연한 기회에 탱고 클래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센스 있는 친구 덕분에 탱고 클래스까지 예약 완료!


피아졸라 탱고 공연


탱고 클래스에 앞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생각보다 더 화려하고 격렬한 춤이었다. 세계여행을 하며 본 공연 중 단연 최고는 탱고였다. 물론 우리가 배운 탱고는 그런 화려함은 없었다. 완 투 쓰리 완 투 쓰리~구호에 맞춰서 한 걸음씩 앞사람 발만 안 밟으면 다행이랄까. 괜찮아. 모든 첫 시작은 그렇게 하는 거니까.


탱고 학원




세 번째 배움, 이집트 다합에서 스쿠버 다이빙 배우기


드디어 도착했다. 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이집트 다합. 우연히 친구와 함께 여행했던 사람이 스쿠버 다이빙 강사라는 얘기를 듣고 그분께 신청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한테 배우는 게 좋을 테니. 거기다가 나는 물에 대한 공포증까지 있어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집트 다합에서의 숙소 뷰


스쿠버 다이빙 어드밴스드 과정을 등록하고 약 5일 동안 수업에 참여했다. 처음 3일 동안은 기본기를 배우고 다음 2일 동안 더 깊이 들어가는 어드밴스드 코스로 진행했다.


스쿠버 다이빙용 산소통


물 공포증이 있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물에 들어가서 천천히 호흡하는 것부터 어려웠다. 물에만 접촉하면 심장은 왜 그리 빨리 뛰는지. 천천히 호흡기를 떼서 다른 사람과 호흡기를 바꿔도 보고 물속에서 수경을 벗었다가 다시 착용하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어떻게 해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코스는 수심 30m. 깊숙하게 떨어지는 블루홀에서 일직선으로 낙하했다. 다행히 이퀄이 잘 돼서 큰 문제없었고, 코스를 완료하는 기념으로 망치 상어와 가오리를 보며 마무리했다.


다이빙 중 모습


스쿠버 다이빙 어드밴스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지금도 물 공포증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가끔 다시 물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다합의 바다가 너무 좋았기 때문인 듯하다.




네 번째 배움, 인도 첸나이에서 요가 배우기


인도에서 요가를 배우려면 리쉬케시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 일정상 리쉬케시를 갈 수 없었다. 인도에 도착한 순간부터 오래 있고 싶지 않아 바로 2주 후 아웃행 티켓을 끊었다. 여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야.


첸나이 한국 문화원


왜 인도에서 요가가 발전했는지 알 것 같아. 명상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을 것 같아서. 도시의 생활 인프라와 여행 일정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요가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첸나이뿐이었다. 다행히 인도에서 대도시에 속하며 많은 국내 기업의 공장이 있어 한국문화원이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여기서 잘 찾아보면 인도를 배울 수 있겠어.


첸나이에 도착하자마자 요가 학원들을 다녔다. 시설은 한국과 비슷했는데, 가격도 한국 뺨 때릴 정도(?)로 비쌌다. 첸나이 시내 곳곳을 다니며 5-6곳의 학원을 다닌 끝에 한 곳을 찾아 등록했다. 1주일 동안 요가만 해야지.



요가 중인 모습


라고 마음먹었는데. 너무너무 힘들었다. 요가를 한 시간 좀 넘게 했을 뿐인데 온 몸은 땀범벅. 오전 요가를 하고 아침 겸 점심을 먹으니 체력이 방전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낮잠, 그리고 다시 오후 요가. 그렇게 뻣뻣한 몸과의 사투 끝에 유연함 +1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다시....

한국에서는 요가하는 남자가 흔치 않은 것 같은데. 그래서 한국에서 못할 거 같아. 다음에 요가를 한다면, 그곳은 다시 인도가 되지 않을까.




다섯 번째 배움,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서핑 배우기


물 공포증이 있지만 호주까지는 그래도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스쿠버 다이빙 어드밴스트 자격증까지 땄으니 물과 어느 정도 친해졌겠지. 하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서핑까지 도전했다.


골드코스트 해변 앞에서


호주 골드코스트는 서핑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오죽하면 해변 이름이 서퍼스 파라다이스 일까. 호주에서 서핑을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후보로 떠오른 선택지는 골드코스트와 시드니. 하지만 시드니는 중심가에서 해변까지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골드코스트를 선택했다. 골드코스트는 중심가가 해변이고, 숙소와도 가까워서 이동이 수월했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서핑을 알려주는 학원이 많이 있었다. 가격도 다양했는데, 수소문 끝에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아 등록했다. 한인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고, 카톡으로 확인도 가능해 예약하는 과정이 수월했다.             



2시간 그룹 클래스로 예약했는데, 수강생이 혼자 뿐이어서 의도치 않게 2:1 수업이 되었다. 여기서 2가 코치. 코치 2명이서 온전히 나에게 수업을 해주는데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덕분에 실력은 금방금방 늘 수 있었다.


메탈 의자에 앉아. 너무 뜨거워


2시간 클래스인데 1시간만 하고 끝났다. 1시간 더 할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2시간 클래스인데 왜 1시간만 하냐고 물었다. "개인 클래스여서 1시간만 한다. 대신 1시간 더 연습하고 싶다면 보드를 가져가서 해도 좋다."


혼자서 1시간 동안 파도를 타는데 체력이 방전되어 버렸다. 끝에는 잘못 서는 바람에 발까지 까졌다. 괜히 욕심을 부렸나 보다. 그냥 1시간만 배우고 끝낼걸...


서핑 강습 중


부상 때문에 호주에서의 서핑 배우기는 한 번으로 끝나버렸다. 그래도 기본(?) 기는 호주에서 배웠으니, 실력 향상은 한국에서 도전해봐야지.




여행 중에 이렇게 배우는 것이 쉽지 않다. 일정도 시간도 예산도 다 맞아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도전한 이유는 그냥 '다녀왔다'에 의의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뭔가 배워야 추억도 기억도 남을 테니까. 다행히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이 다섯 가지의 기억이 많이 난다. 다음에도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한다면, 무언가를 배우러 가는 여행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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