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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스 Aug 09. 2024

시도조차 못하고 두려워만 하고 있는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할까 봐 시도조차 못하고 두려워만 하고 있는 당신에게 - 그리고 나에게

    몇 달간 나의 최우선 순위이면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이것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매일 한 없이 작아지고 쪼그라들었다. 이것은 내가 정말 가고 싶은 대학교의 수업을 미리 듣고 시험도 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합격하기 위한 경쟁률도 무지 높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합격한 순간, 나는 목표 대학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보았고, 내 의지는 활활 타올랐다.

    그런데,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절박함과 다 덮어놓고 눈만 붉히는 지나친 열정 때문이었을까. 나는 점점 더 스스로에게 가혹한 철장을 짓기 시작했다. "여기 합격해서 수업 듣고 있는 모든 애들보다 잘해야지." "질문도 많이 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교수님 눈에 들어야지." "교수님께 추천서를 받고 말 거야." 너무 과한 욕심이 나를 점점 더 옥죄었다. 차근차근히 올라가는 법을 잊고, 극적인 반전을 꿈꾸는 인간이 되어있었다. 

    저 다짐들만큼 내가 독하고 집요하게 공부에 매달리고, 질문하고 해답을 찾는 과정을 계속했으면 나는 지금쯤 훨씬 성장한 사람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속이 문드러지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외부 여건에서부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미국 학사 일정에 맞춰져 있어서, 미국 학교의 여름방학 때에 시작하는데, 나는 그때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둘 다 잡는 건 무리라는 걸 깨닫고, 내신이 최우선이었이었기에 이 프로그램은 자연스레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 그리고 기말이 끝난 당일, 나는 써머캠프를 하러 미국으로 떠났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더더 밀리게 되었다. 나 없이 프로그램이 더 진행될수록 나는 따라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커져서 점점 아무것도 못하고 내 속만 갉아먹게 되어버렸다. 

    사실 이 모든 건 내 마음가짐이 처음부터 그릇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진정으로 내가 나의 실력을 증진시키고, 학문의 깊이를 늘리기 위해 택한 프로그램이었다면, "남들보다" 잘해야지, "교수님께""인정"받고 싶다와 같은 외재적인 동기를 설정했으면 안 됐다. 심리학에서도 증명이 된 것처럼, 내재적인 동기는 내가 어떠한 일을 진정으로 즐기고, 지치지 않게 하는 반면에, 남들의 인정이나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외재적인 동기는 결국 나를 옭아맬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말 안 됐다...

    이제는 딛고 일어서야 한다.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자. 1)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다. 2)그러나 그들과 나는 다른 트랙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를 달리고 있다. 3)나는 느리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쌓아갈 것이다. 4)교수님은 내 공부를 도와주시는 선생님일 뿐이다. 5)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하되, 그건 어디까지나 내 공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6)어제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니까, 철저하게 나만 보고 나만 아끼고 나만 사랑하고 내가 즐거워할 수 있도록 돕자. 7)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교수님은 대학교 입학사정관이 아니다. 8)내 대학교 입학과 별개로 생각하자. 9)내 지식의 확장과 거기에서 오는 황홀감만을 위해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자. 10)나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 

    아,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인생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하려고 하지 말아야겠다. 전심과 전력을 다해서 몰입하기 위해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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