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 분석
최근 '표현의 자유'를 보다 강조한 판결이 나왔다.
민주사회에서 어디까지의 발언이 자유로운 의사표현으로 허용되는가 여부를 또 한번 법의 심판대 앞에 세운 것이다. 물론 그러한 판결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피고인의 행위를 근절되어야 할 사회악으로 규정한 까닭이다. 사실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처벌의 필요성과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와는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조항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되는 자가 생길 수 있기에 법조문의 폭넓은 적용을 지양하고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임은 맞다.
작년 12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빛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광훈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0고합240) 피고인 전 목사의 혐의와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아래와 같았다. 아래의 내용을 통해 피고인이 어떤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며 재판부는 어떤 근거로 무죄 판결을 내렸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한다.
먼저 검찰이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했던 전 목사의 행위와 관련한 법 조항은 다음과 같다.
② 선거운동기간 전에 이 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선전시설물ㆍ용구 또는 각종 인쇄물, 방송ㆍ신문ㆍ뉴스통신ㆍ잡지, 그 밖의 간행물, 정견발표회ㆍ좌담회ㆍ토론회ㆍ향우회ㆍ동창회ㆍ반상회, 그 밖의 집회, 정보통신, 선거운동기구나 사조직의 설치, 호별방문,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
- 정해진 선거운동기간 이외의 기간에 하는 선거운동은 원칙적으로 위법함. (후보자간에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선거분위기의 상시화로 인한 과열경쟁 및 낭비를 방지함이 목적)
- 피고인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서울·경기 비상구국기도회와 문재인 퇴진 범국민대회 등 각 집회에서 확성장치를 이용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자유우파 정당을 지지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 등을 하며 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있음.
2) 명예 훼손
- 피고인은 '문재인 퇴진 범국민대회'에서 '문재인은 간첩' 또는 '문재인이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며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음.
이러한 혐의에 대해 검찰은 전 목사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검찰의 주장과 구형에 반발한 전 목사는 아래와 같이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1) 수사의 위법성
- 수사기관이 피고인을 표적수사한 것으로 이는 외부의 청탁 또는 압력을 받아 이루어진 것에 해당
- 이러한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는 그 자체로 위법하므로 공소기각되어야 함
재판부는 검사가 제기한 공소 내용상 혐의와 피고인이 주장한 수사 위법성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면서 결과적으로는 피고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1) 수사의 위법성 여부
- 수사기관의 판단이 위법한 경우: 수사기관의 권한 행사 및 불행사가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도저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을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함.
- 하지만 이 사건 수사 개시의 경위, 혐의 범죄의 성격, 실제 수세 진행의 경과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당시 수사기관의 업무처리가 현저히 이례적이었다거나 비합리적이었다고 볼 수 없음. 그 외 다른 위법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음.
☞ 특별히 부당하게 수사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이상 해당 관청의 직권행사가 권한남용으로 비춰질 여지가 적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놓고 불법 사찰을 하는 등 매우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이 범죄혐의에 대해 수사하는 게 문제는 아니다.
2) 혐의의 유무죄 여부 ☞ 두 건의 혐의 모두 무죄 인정
우선 재판부는 각 혐의에 대해 판단하기에 앞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언급한다. 이 사건이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가름하기에 앞서 사건의 전제가 되는 게 바로 표현의 자유라고 본 것이다. 법령에는 개별 사안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시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본 재판부가 해당 사건을 바라봄에 있어서 보다 우위에 둔 가치가 무엇인지를 설명해두었다.
(1) 처벌해야 할 행동 vs 표현의 자유
-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로 민주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
- 다만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인 권리가 아니므로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등을 위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해질 수 있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의 근간과 본질을 해치지 않도록 법을 확대해석해서 안되고 표현의 자유가 이른바 '숨 쉴 공간을 둘 수 있도록' 그 제한 법령의 적용은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함.
☞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개인의 언행에 가능한 한 자유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법령 적용에는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결론이다. 결국 개인이 말할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다. 아래의 법 위반 여부에 해당하는지 문구를 일일이 살필 필요도 없이, 이 사건과 관련해 권력이나 정치에 대한 비판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판사들의 관점이 드러난 대목이다.
(2)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난 발언은 범죄행위인가?
-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의 정치적 성향 내지 행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 표명 또는 수사학적 과장에 불과함.
- 피해자는 공인으로서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더욱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함"
- 피고인은 자신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하며 피해자의 정치적 행보 혹은 태도에 관해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
- 이 행위가 범죄(명예훼손죄) 성립요건인 '입증이 가능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라고 볼 수 없음.
☞ 다수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피고인이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편향된 정치 이념을 표명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할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피해자인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통치권자의 위치에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법의 잣대로 심판하게 된다면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지위가 침해될 여지가 크다.
다시 말해 전 목사의 발언에는 민주 사회의 시민으로서 주권자를 견제하거나 비판할 목적이 내포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표현이 다소 과격한 면은 있지만, 자신과 반대되는 정치 이념을 가진 통치권자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명예훼손죄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3)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가. 핵심 쟁점
- 피고인이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인지 여부
-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만으로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는지 여부
나. 판단 요지
- 선거운동은 '특정한 개인 후보자의 존재'가 요구되고 이는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임.
- 하지만 이 사건 각 집회에서 피고인이 지지했다는 '자유우파 정당'은 그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추상적 실체에 해당함.
- 또한 피고인이 각 집회에서 발언을 한 시점은 아직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정당의 후보자 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은 때.
- 따라서 피고자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음.
☞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 되게 하거나 /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 조문에는 '누구를'에 해당하는 목적어가 빠져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조문을 해석할 때 행위자가 '선거 입후보자를' 당선되거나~ 라는 목적어를 넣어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래서 특정할 수 있는 후보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결론을 지었다. 결국 피고인의 발언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에 불과한 것이지 누군가를 당선시키고자 하는 선거운동으로 보긴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판사도 공동체가 지지하는 가치관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다.
위와 같이 재판부가 어떠한 이유로 피고인의 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인지 톺아보았다. 물론 법률 해석 및 적용과 무관하게 문 대통령의 지지자나 전광훈 목사를 반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만방자한 행위를 처벌하지는 못할망정 잘했다 해주는 꼴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판결의 과정은 냉정하다. 관례를 깨뜨리거나 판결의 방향을 뒤집기 위해서는 그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필요하다.
한편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무제한적인 자유를 인정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권력자와 일반 시민의 관계에서 누가 정치적 약자 입장에 놓였는지를 비교한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판단을 하는 사람들은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에 필수적인 게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라고 생각한 것이고, 마뜩잖을 수 있지만 피고인의 행위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행위의 범주 안에 속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표현의 자유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는 만큼, 그것이 법이 보호하는 가치의 범주를 벗어나 '혐오 발언'으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최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사회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며 근본없는 혐오 표현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만큼 그런 부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 읽어 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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