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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Dec 23. 2021

못 쓰는 글이 더 많아야 정상입니다.

닥치고 글쓰기라는 과정을 운영중이다. 글을 쓰고 싶은데 잘 모르거나 글쓰기가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매일 조금씩 쓰는 습관을 기르게 해주는 프로젝트이다.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도 있고 아주 소수로 운영되기도 한다. 매일 아침에 그 날에 쓰는 주제와 글쓰기 팁을 공유한다. 그것을 보고 매일 쓰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아예 쓰지 않는다. 안 쓰는 사람들은 가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글을 정말 못 쓰겠어요. 쓰다 보면 자꾸 내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진도가 안 나가요. 남들이 쓴 글과 비교되서 위축이 되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에 나의 대답은 똑같다.  

     

“글이라는 것은 누구나 쓰실 수 있구요! 너무 남의 글과 비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럴때마다 선배님께서 더 위축되면 잘 쓰던 글도 더 못 쓰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최대한 많이 써서 양을 늘리는 것" 입니다. 잘 쓸 때도 있고 못 쓸 때도 있으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2015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5줄 이상 쓰는 것이 버거웠다. 하지만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싶었다. 수많은 글쓰기, 책쓰기 강의를 듣고 그와 관련된 책도 많이 읽었다. 그렇게 얻은 글쓰기 지식으로 매일 조금씩 썼다. 정말 말 그대로 아무 생각하지 않고 배운대로 닥치고 썼다.     

 

그렇게 쓴 글을 직접 읽어보았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창피했다. 이런 글로 무슨 책까지 출간하겠다고 마음먹은 내가 부끄러웠다. 적어도 독자가 읽었을 때 도움을 얻었다거나 위로가 되었다 라고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함량미달이다. 그냥 나의 일상이나 느낌을 늘어놓은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정말 누가 봐도 허접하고 못썼다고 평가할 글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해야 할까? 당연히 무엇이든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연습량이 필요하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우선 처음에 한 것은 매일 한 줄이라도 더 쓰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오늘 3줄 썼으면 다음날은 4줄을 쓰는 식으로 양을 정해놓고 어떻게든 채웠다. 그렇게 한 달을 하고 나니 한글 A4 1장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우선 양을 채워 놓고 나중에 고치는 것이 글이 좋아진다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초고는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무작정 자료가 수집되면 그것으로 양을 채우는 데 집중한다.   

   

예전에 쓴 글을 읽어보면 잘 쓴 글보다 못 쓴 글의 양이 휠씬 많다. 출간한 책의 원고도 한 꼭지씩 다시 읽어보면 잘 쓴 원고는 별로 없다. 못 쓴 원고의 양이 월등하다. 그래도 그 시행착오를 계속 겪으면서 매일 쓰고 있다. 지금도 오늘 글이 좋다고 해도 내일 다시 잘 써지라는 보장은 없다.      


당연히 못 쓰는 글이 많아야 정상이다. 그 수많은 못 쓴 글 중에서 그나마 잘 되었다고 판단되는 글을 모아 책원고로 활용했다. 글을 못 쓴다고 포기하지 말자. 그렇게 하루 이틀 안 쓰다가 시간이 지나면 영영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질 것이다.      


잘 쓰고 못 쓰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독자는 작가의 글 실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글에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또 어떤 위로와 공감을 할 수 있을지 집중한다. 그러니까 작가도 독자를 위해 도움이 되는 정보나 어떻게 동기부여 할 수 있을지 신경쓰자. 그것이 매일 써야 하는 작가의 임무이다. 오늘도 못 쓰겠다고 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뻔뻔하게 나만의 글을 당당하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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