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Dec 05. 2023

글쓰기를 지속하는 힘, 바로 ‘이것’만 하지 말자

다시 매일 한 편 이상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 한 편을 완성하는 일이 쉽지 않다. 무엇을 써야 할지 주제를 먼저 찾는다. 금방 생각날 때도 있지만, 하루 종일 고민해도 떠오르지 않기도 한다. 주제를 찾으면 그에 따른 글감과 자료를 수집한다. 종이가 옆에 있으면 어떻게 써 볼지 대강 스케치하듯이 끄적여본다.

그 주제에 맞는 어떤 에피소드를 가져올지 기억하거나 모아 놓은 다이어리를 뒤져본다.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주제와 에피소드에서 느낀 감정을 토대로 가치와 의미를 찾는다. 그 중간에 어떤 글쓰기 구성 방식으로 쓰면 좋을지 같이 고민한다. 기획이 끝나면 분량을 채우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자판을 두드린다. 초고를 작성이 끝나면 수정 작업을 거친다. 글은 언제든지 퇴고할수록 좋아진다. 따라서 초고는 언제든지 버린다는 각오로 편하게 쓰면 된다.

많은 사람이 초고부터 잘 쓰려고 노력한다. 왜 그렇게 하냐고 물어보면 다른 일도 많은데 언제 퇴고할 시간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초고를 완성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초고도 완성하지 못하는데, 무슨 퇴고를 운운하는지. 일단 완성이 되어야 그 글을 보고 고치든지 말든지 할 것이 아닌가? 한 두 번 초고를 완성 후 고친다 해도 더 이상 글쓰기를 지속하지 않는다. 또 이유를 물어보면 쓸거리가 없거나 “이것”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오늘은 특히 “이것”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바로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여 휘둘린다.”는 의미이다. 글을 써 놓고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창피하거나 부끄럽다. 이것 밖에 못 쓰면서 무슨 글을 쓰냐는 핀잔을 듣지 않을지. 그 동안 공개하지 않는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고 놀라지 않을지. 이런저런 평가를 받을까봐 두렵다. 차라리 이럴 바엔 쓰지 않는 것이 속 편할 텐데.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도 이런 타인의 평가에 민감했다. 오늘 포스팅 블로그 글을 읽고 악성댓글을 쓰지 않을지, 좋아요나 공감은 아예 없을지 등 쓰기도 전부터 걱정했다. 이미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하니 첫문장을 쓰고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쓰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결국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고 있으니 내가 원하는 글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았다.

<모비딕>으로 유명한 멜빌은 자신이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제가 쓴 작품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글을 쓸 때 만큼은 누구와 만나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일정한 시간에 썼습니다.”

교과서적인 인터뷰 답변 같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멜빌은 자신이 쓴 작품을 읽고 독자가 비평하거나 험담하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비딕 이전의 작품도 호볼호가 있다고 들었는데, 정작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계속해서 쓰다 보니 불세출의 작품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 글을 계속 쓰기 위해서는 타인의 평가는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모든 글이 타인을 만족시킬 수 없다. 또 주변에서 뭐라고 내 글을 평가하는 사람은 자신과 가까운 지인, 친구, 가족 등이 대부분이다. 이미 나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에 판단하고 한마디라도 더 한다고 보면 된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다시 한번 부탁한다. 타인의 평가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내가 쓰고자 하는 글에 독자를 돕거나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만 있으면 된다. 그 글을 읽고 판단하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 이미 내가 쓴 글은 내 손을 떠났다. 물론 좋지 않은 소리를 들으면 피곤할 수 있지만, 내가 명확하게 전달하는 글을 썼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타인이 뭐라고 할까봐 글을 못 쓰고 있는가? 인간관계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는 것처럼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만 생각하면서 그 평가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그대로 살아 그대의 이야기를 매일 남기면 된다. 그게 모여 근사한 작품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