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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y 10. 2024

이 또한 지나가겠지?

참으로 오랜만에 한글창을 열어본다.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도 머리가 아프고, 마음은 답답하다. 2024년 시작부터 모든 환경이 바뀌고, 만나는 사람도 달라졌다.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갑작스러운 내 인생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회사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희망퇴직을 당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을까?      


올 1월 새로 옮긴 회사에서 마음을 새롭게 먹었다. 다시는 돌아가기 싫었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었다. 의욕적으로 한 번 더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시시각각 자기 입맛대로 일을 처리하고, 심한 막말을 일삼는 발주처의 태도에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한 귀로 흘려보내려고 매일 참았지만, 매일 욕을 먹으니 일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졌다. 불면증도 다시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지옥같이 느껴졌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잠깐 쓰러진 적도 있다.      


어떤 분야나 직장인에게 스트레스는 존재한다. 당장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 계속 버텼지만, 내 마음은 점점 약해졌다. 어느 날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 4월 말 그날 오후도 몇 통의 업무 전화로 머리가 너무 아팠다. 한 통의 문자를 받고 나도 모르게 뭔가 홀린 듯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 금전적인 피해도 컸다. 안 그래도 힘들었던 내 멘탈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어떻게 이런 일까지 생긴 건지 믿을 수 없었다.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좋지 않은 일이 몰려온 것이다.      


내 인생에 힘든 날은 12년 전 30대 중반 이후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시절보다 심적으로 더 고통받고 있다.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여행이라고 했는데, 정말 공감하게 되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10년 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마음공부를 그래도 많이 해왔다고 느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닥친 시련 한 방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업무 스트레스도 심했지만, 사기까지 당하다 보니 견딜 수 없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없으니 독서나 글쓰기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족에게 미안했다. 이럴 때 수록 마음을 더 부여잡고 티를 내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아내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도 볼 면목이 없었다. 사기 해결을 위해 뛰어다니고, 회사 일에도 지장을 주지 말아야 했기에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주중에는 버텼다. 그 외 집에 있을 때는 침대에만 누워 지냈다. 우울증이 심하게 왔다. 무기력증에 다시 시달렸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왜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는지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부정적인 글은 읽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감정 해소가 안 될 것 같았다.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을 겪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동굴 아래까지 떨어져 어둠을 헤메고 있다.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아니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다시 살기 위한 몸부림을 쳐야 하는 것을 알지만, 지금도 힘들다.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데, 쉽지 않다.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해결책을 찾으면서 또 마음을 추스르고 나아가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가겠지? 여전히 나약한 나를 하늘에서 인생의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고 헤쳐 나가는지 또 시험에 들게 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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