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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r 05. 2024

부대찌개 그리고 추억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요?”

새로 옮긴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에 나이가 비슷한 사람끼리 점심을 같이 먹는다. 주니어끼리 시니어끼리 따로 편하게 먹는 문화이다. 혼자 먹는 직원도 있다. 점심을 꼭 같이 먹어야 했던 예전과는 다르다. 그만큼 점심시간이라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나는 많이 고른 쪽 메뉴를 따르기로 했다. 오늘 메뉴는 부대찌개다. 오랜만에 먹으러 간다. 근처에 부대찌개 맛집이 있다. 4명이 이동해서 자리에 앉았다. 늘 먹는 오리지널 부대찌개를 시켰다. 부대찌개 외 떡볶이가 그 식당 시그니처 메뉴다. 밥솥에 떡볶이 한가득 넣어놓았다. 먹고 싶은 만큼 그릇에 덜어서 자리에 가져온다. 부대찌개가 나올 때까지 허기진 내 속을 떡볶이가 먼저 채워준다.      


점원이 부대찌개가 들어있는 냄비를 들고 온다. 온갖 소시지, 햄과 두부, 야채 등이 육수에 담겨 있다. 자리 한 가운데 냄비를 올려놓고 가스 불을 올린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할 때, 라면을 넣는다. 화룡점정이다. 라면이 같이 찌개와 익어간다.      

나는 덜 익은 라면을 좋아한다.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라면을 젓가락으로 들어서 내 입으로 옮긴다. 맛이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천국의 맛이다. 이제 다 익은 부대찌개를 덜어서 밥과 비벼서 먹는다. 배가 고팠는지 두 공기는 거뜬하게 해치웠다.      


한 스푼 뜨면서 부대찌개를 처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과 함께 식당에 가서 부대찌개를 시켰다. 왜 이름이 부대찌개냐고 물었다. 부모님이 어린 시절에는 우리나라가 지금과 달리 가난했다. 워낙 빈국이다 보니 먹을 음식이 많이 없어서 미군에게 지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음식을 모아서 만든 것이 시초이다. 그래서 온갖 찌개에 햄과 소시지 등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부모님은 어릴 때 이 부대찌개가 참 맛있었다고 고백했다. 먹을 것이 많지 않은 시절이다 보니 잡다하게 많이 나오는 부대찌개가 그 시절의 선물 같다고 할까? 한 숟가락 떠서 먹을 때마다 부모님과 먹던 그 시절이 자꾸 생각났다. 오늘따라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드니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진다. 결혼까지 하고 나니 1년에 보는 횟수도 적다. 시간 내서 같이 식사도 해야 하는데, 생각에만 머무르다 보니 불효자가 따로 없다. 그냥 마음과 감정이 좀 좋지 않다 보니 부모님과 부대찌개 한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닌지.      


처음에는 신나게 먹던 부대찌개가 밥그릇을 다 비웠을 때는 가슴이 왜 이리 아려왔는지 모르겠다. 다음에는 부모님 모시고 부대찌개 한 번 먹으러 꼭 가야겠다. 다음에는 장인어른. 마지막에는 아내와 아이들과 한번 내가 좋아하는 부대찌개를 대접하고 싶다. 부대찌개. 이름만 들어도 입맛을 다시는 음식. 나에게는 추억이자 마음을 달래주는 또 하나의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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