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 꼬르륵!”
지하철에서 내릴 때부터 오늘따라 배가 고프다. 집에서 나올 때 분명히 에너지바와 과일을 조금 챙겨 먹었다. 보통 아침 식사를 밥 대신 위에 언급한 두 가지와 두유를 먹고 나온다. 원래 아침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서, 그 정도 양만 먹어도 배가 든든했다. 그러나 유난히 오늘은 뱃속에 뭐가 들었는지 자꾸 넣어달라고 난리다.
회사 근처에 분식집이 하나 있다. 매번 출근할 때마다 지나쳤지만, 오늘따라 그 식당의 간판이 아주 크게 눈에 들어온다. 시계를 보니 아직 출근 마감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봐야 20분 안쪽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오늘은 그 참새가 되었다.
분식집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점원 아주머니가 나를 힐끗 보더니 뭐 주문 할거냐? 고 물어본다. 당연히 나는 시간도 없이 간편하게 먹기 위해 김밥 한 줄을 시켰다. 자리에 앉았다. 김밥이 나왔다. 보기 좋게 잘려져 있다. 젓가락으로 김밥 한 개를 집어 입에 넣었다. 살살 녹는다.
한 학생이 열심히 다음 수업을 듣기 위해 뛰고 있다. 지난 수업이 끝나자마자 10분 뒤 바로 다음 수업이 시작되었다. 전공수업이 연달아 있어서 공강 시간이 없다. 배는 고픈데, 식사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 했기에 10분 안에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강의실 옆에 매점이 하나 보였다.
결국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김밥이 유일했다. 그날부터 종강할 때까지 매주 연강이 있는 날은 김밥과 함께 했다. 그 시절 김밥 한 줄은 나에게 한 줄기 빛이었다. 김밥 한 줄을 먹고 나면 끝날 때까지 든든했다. 1,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으니 돈도 아끼고 일석이조였다.
30대 시절 여러 사유로 많은 회사를 다녔다. 그 중에 한 곳은 6개월 계약직으로 다녔다. 혼자서 몇 개의 프로젝트를 위한 보고서와 도면을 작성했다. 다시 그 자료로 발주처 관계자나 지자체 공무원과 협의하기 위해 혼자 운전하면서 돌아다녔다. 외근이 잦은 편이었다. 식사 시간이 불규칙했다.
그리고 월급이 많지 않다 보니 돈을 아껴야 했다. 그 당시 다니던 회사는 5층이었다. 그 건물 1층에 분식집이 있었다. 김밥 한 줄이 다른 곳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보통 다른 가게가 2,000원이면 거기는 50% 수준 1,000원이다. 항상 외근 가기 전에 두 줄을 미리 샀다. 일을 마치고 나서 회사 차에서 김밥 2줄과 물을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다. 일주일 3일 이상은 그렇게 먹으니 김밥이 질렸다. 가끔 그런 날은 라면과 함께 먹었다. 그러다 보면 다시 김밥이 좋아졌다.
오늘 아침 김밥 한 줄을 먹는데, 김밥에 대한 많은 추억이 떠올랐다. 마지막 김밥을 먹으면서 조금 울컥했다.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왜 이리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지 답답하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김밥은 나에게 많은 의미를 가진 음식이다. 지금까지 바쁜 일상에 힘과 에너지를 내게 한 원동력이다. 기쁨이 되기도 하고, 또 슬픔에 젖어있는 음식이다.
내일 아침도 한번 그 분식집에 들를 예정이다. 아주머니! 김밥 한 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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