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퇴근길에 비가 많이 온다. 요새 날씨는 언제 비가 올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출근길에 우산을 가져가지 않다가 퇴근할 때 비가 와서 회사 인근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사람 심리가 그렇다. 우산을 사는 돈은 왜 그리 아까운지…돌아오는 길에 비오는 날의 추억들이 몇 개 떠오른다.
#1
22살 군대 가기 전 만났던 그녀는 유난히 비오는 날을 좋아했다. 카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비가 오기 시작하면 ‘나 잡아봐라~~’ 라는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뛰쳐나간다. 당연히 오는 비를 흠뻑 맞으면서 한바퀴 돌기도 한다. 비 맞는 것을 원래 싫어하던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의 비위를 맞추어 주기 위해 뛰쳐 나가 그녀를 잡는 포즈를 취했다. 역시 내 모습도 비 맞은 생쥐 마냥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둘이 미친 듯이 비를 온몸으로 느끼며 거리를 뛰어다녔다. 그렇게 30분을 뛰어놀고 다시 카페로 들어와서 앉았는데… “에취!!!” 당연히 감기가 안 걸리는 게 이상했다. 옷도 잘 마르지 않아서 한참을 카페에 앉아서 덜덜 떨다가 헤어졌다. 그 뒤로 다시는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았다.
#2
사회 초년생 시절 제주도 도시계획 일로 현장조사를 하던 때다. 지도를 들고 각 마을에 현재 무엇이 있는지 조사하는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아시다시피 제주도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맑은 날씨였다가 갑자기 흐렸다가 쏟아진다. 한 손에는 지도를 들고 다른 한 손은 펜을 들고 있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의 향연이다. 지도 위에 표시한 펜 자국은 이미 젖어서 번졌고 찢어졌다. 들고 뛰는데 바지와 신발이 물을 마시더니 무겁다. 다시 비 맞는 생쥐가 되었다. 한 시간 뒤 비는 구름과 함께 사라졌다. 그냥 멍하니 찢어진 지도를 들고 바다를 바라본다. 오늘 현장조사는 공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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