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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22. 2024

인생사 새옹지마 라는 말

  작년 연말부터 나에게는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다. 조짐은 있었지만 8년 가까이 다녔던 회사에서 희망퇴직으로 나오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충격이 컸다. 잠시 마음 추스르면서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원인이 있었다. 본업 외에 따로 진행했던 부업도 성과가 크지 않았다. 본업과 같이 하다 보니 온전하게 집중할 수 없었다. 100% 하나에 몰입해도 잘 될까 말까 하는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나 보다. 내 욕심이 너무 컸다.      

오랜만에 이직하다 보니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기가 시간이 걸렸다. 직접 개발사업 인허가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몇 년만의 공백기가 있어서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처음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13년 동안 개발사업 인허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발주처와 지자체의 지시사항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했다. 감정 소모가 컸다.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저녁이 되면 술만 마셨다.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하고, 멍한 상태로 일을 하다 보니 악순환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적응기 중에 4월 말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 사무실에서 뭔가 홀린 듯이 개인정보 등을 보내는 나를 발견했다. 집에 돌아와서야 사기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안 그래도 붙잡고 있던 마지막 멘탈이 무너졌다. 머리가 새하얗게 된다는 말을 직접 경험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꽤 큰 금액의 돈을 잃어버린 사실에 먼저 분노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나에게 없는 일이라 여겼는데, 막상 당하고 나니 참으로 어리석다고 느꼈다. 손으로 가슴을 치고, 눈에서는 눈물이 멈출 줄 몰랐다.      


그 사건 이후로 2~3주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다 보니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먹고 살아야 하니 간신히 회사 일 하나만 붙잡고 있었다. 사무실에 가면 어떻게든 생각하지 않고, 일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사기 사건으로 가득 찼다. 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등만 떠올랐다. 신경이 분산되니 당연히 일의 능률도 좋지 않았다.     

 

하루하루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살면서 더 나빠질 상황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2024년 올해가 가장 최악의 시기였다. 계속 이렇게 지내다간 삶까지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참 무책임하지만, 마음이 너무 무겁다 보니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나 보다. 아무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걷고 또 걸었다. 한동안 가지 못했던 헬스클럽에 가서 30분이라도 근력 운동에 집중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은 잠시라도 잊기로 했다. 생각을 멈추는 연습에 집중했다. 하루에 정해진 10분 정도 내가 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방법을 생각했다. 나머지는 다른 일에만 몰두하면서 오늘 하루만 잘 보내자고 결정했다. 어깨에 짓누르고 있던 짐 하나씩을 내려놓았다. 6월 중순이 되면서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나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어젯밤 퇴근길 지하철에서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제목이 “인생이 새옹지마”다. 살면서 수없이 들었던 문구다. 의미는 “인생의 화복, 행복과 불행은 변수가 많으므로 예측하거나 단정하기가 어렵다.”라고 나온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라고 보면 된다.      


이상하게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너무 공감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행복까지 아니더라도 아무 문제 없었지만, 지금 다시 무너졌다. 30대 중반에 만난 그 시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는 새옹지마가 딱 맞았다. 인간이 참 나약한 존재라는 것도 같이 느꼈다. 당장 내일 아니 1시간 후 일도 예상을 못하니까. 이렇게 글 한 편 쓰고 오늘 갑자기 죽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인생사 새옹지마이기에 왜 어르신이 아니 어머니도 그런 말씀을 하는지 이해된다. 좋은 일이 있어도 너무 들뜨지 말고, 나쁜 일이 일어나도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라는 이야기.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저 흘러가는 인생에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오늘 현재에 깨어있으라는 이야기. 마흔 후반이 되니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마도 올해 이런 일련의 사건이 일어난 것도 좀 더 좋은 인생을 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잠시 매너리즘에 빠졌던 나를 하늘이 일깨워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늘 머릿속에 새기면서 오늘 하루에 좀 더 충실해야겠다. 이제 불행을 만나도 담담하게 여기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상에 집중하자. 
 

“한번 뿐인 인생 행복과 불행은 늘 반복된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담담하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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