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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방에 터지는 일은 없다

by 황상열

<범죄도시> 시리즈 영화를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다 보니 가끔 출퇴근 시 유튜브에서 요약한 영상을 가끔 보고 있다. 그 영화에 “진선규” 라는 배우가 나온다. 원래부터 잘 나가는 주 조연을 오가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몇 년 전 한 영화제에서 처음 상을 탄 후 울먹이면서 인터뷰했던 모습이 울컥했다.


조연상으로 호명되는 순간 그는 진짜 자신이 탔냐고 주변 동료배우에게 물어보면서 시상하러 나왔다.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네받자 갑자기 울컥하면서 눈물 흘리면서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청심환을 하나 더 먹고 나왔어야 했다고 너스레도 떨지만, 그는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지 몰랐다고 계속 목이 메었다.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았다. 2004년에 데뷔한 그는 여러 단역과 조연을 거쳤지만, 무명에 가까웠다. 그러다가 <범죄도시> 영화가 흥행하면서 청룡영화제에서 데뷔한 지 15년 만에 조연상을 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묵묵히 단역과 조연 등 역할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맡은바 묵묵히 열심히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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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터뷰에서 가끔 이런 현실이 힘들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 공감했다. 조연상 수상은 그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배우 인생의 보상을 받은 셈이다. 지금도 초심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어제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어느덧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도시계획 분야에서 일한 지 정확하게 만 20년 차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집중하지 못했다. 매 순간 툴툴대면서 불평불만만 하면서 적당하게 할 일만 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기술자가 되고 싶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생겼다.


그렇다 보니 만 20년간 10번의 이직을 거쳤다. 그래도 버티면서 일했다. 마흔 이후 오늘 하루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에 밀려드는 일이 상당히 많지만, 하나씩 우선순위를 정해 처리했다. 여전히 어려움이 많았지만,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자는 자세로 업무에 임했다.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20년이란 세월에 내 업무 경험이 쌓이다 보니 예전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모습에 나도 신기할 때가 많다.


글을 쓴 지도 10년이 넘었다. 이렇게 오래 쓸 줄 생각 못했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글쓰기의 가치를 알아가다 보니 내 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쓰려고 한다. 아직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무명 작가다. 처음 책을 쓸 때는 무조건 한 권의 책을 쓰면 유명해지는 줄 알았다. 책출간과 함께 여기저기 연락오고, 방송에도 출연하면 스타가 되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여전히 10년 넘게 본업을 유지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은 10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자랑스럽다. 이렇게 계속 쓰다 보면 한강 작가처럼 어떤 반열까지 오르지 못하더라도 조금씩 대중적인 작가로서 알려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지 않아도 된다. 가끔 SNS에 정말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내 책을 읽고 도움이 되었다는 글을 발견할 때마다 뭉클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이렇게 썼으니 그런 경험도 하지 않나 싶다.


주변을 돌아봐도 한 분야에서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묵묵히 자신 일에 임했던 사람이 성공한 사례가 많다. 요새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나도 무엇인가 시작하면 이제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려고 시도 중이다. 물론 여러 분야를 다 그렇게 할 수 없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이 분야로 성공하고 싶다면 무슨 일이 있거나 주변에서 뭐라 하더라도 자신을 믿고 끝까지 밀어붙이자.


일생에 한 번에 터지는 일은 절대 없다. 그저 자신과 시간을 믿고 계속 나아가면 언젠가 근사한 날을 꼭 만나게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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