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길 지하철이다. 요샌 지하철만 타면 눈이 감긴다. 앉을 자리가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다. 자리가 보이면 바로 빠른 걸음을 옮겨 앉는다. 바로 가방을 품에 안고 스마트폰을 열었다. 퇴근길은 피곤하다 보니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자주 본다. 한 개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 <아저씨>에 나왔던 젊은 여배우의 부고 소식이다. 이제 20대 중반의 나이인데, 하늘의 별이 되었다.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친구가 집에 직접 방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인은 불분명했지만, 평소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많이 했다고 나온다. 얼마나 인생이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좀 더 뉴스를 찾아봤다. 한 유튜버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그 배우에 대한 영상을 많이 올렸다.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그녀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이미 그 영상은 많은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 배우가 물론 음주운전으로 인해 여러 피해를 준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그 댓가로 계약 파기로 인한 위약금, 손해 배상 금액 등 수억 원 빚을 지게 되었다.
20대 중반 나이에 수억 원의 빚이 생기면 어떤 기분일까? 이미 그 배우는 그동안 많은 돈을 벌었지만, 부모의 사업 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이미 다 써버려서 그 빚을 바로 갚을 능력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확실하지 않지만 그녀가 부모 대신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한 것이 아닐까? 20대 초중반이어도 여전히 부모가 챙겨주고 보살펴 주어야 하는데, 그 어린 나이에 많은 짐을 지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아마도 그녀는 궁지에 몰렸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빚을 갚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카페에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이 또 마녀 사냥식으로 그녀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발견하여 뉴스에 제보했다. 여러 시도 하더라도 더 이상 방법이 없자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지 모르겠다. 조금만 더 버텨봤으면 아쉬움이 있다. 그 배우가 힘들 때 옆에서 길잡이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한 번 더 살기 위해 용기를 내지 않았을까?
만 19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쓴맛을 봤다. 평소 모의고사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199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금까지도 가장 어려운 난이도로 꼽히고 있다.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을 가지 못해 세상이 끝난 줄 알았다. 죽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재수하지 않고, 점수에 맞추어 지금 졸업한 대학에 진학했다. 시간이 지나고 열심히 공부하니 다시 재기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반이다, 나와 친했던 동기들은 대부분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이 되었다. 나는 모조리 실패했다. 취업하기 위해 다시 전공을 살렸다. 작은 설계회사에 들어갔다. 취업도 패배자라고 생각했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 다른 직업을 찾아봤다. 그래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니 만 20년째 하고 있다. 10년 전 작가의 꿈을 꾸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 무명 작가이지만, 그래도 많은 책을 출간하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삶이 참 힘들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월급이 밀린 적도 많다. 한 직장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돌아다녔다. 항상 그럴 때마다 매 순간이 끝처럼 보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았다. 희한하게 그 방법이 새로운 시작이 된다.
마흔 후반이 된 지금에야 인생의 진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인생은 내가 죽는 그날까지 가봐야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롤러코스터처럼 인생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을. 그러니까 제발 지금 인생이 힘들다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지 말고, 끝까지 삶이라는 도구를 손에 쥐고 있자.
그래도 삶이 버거워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다. 기억하자. 지금의 고통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오늘 하루만 더 살아보자. 내일의 당신이 오늘의 당신에게 고맙다고 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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