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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후반에 알게 된 인생의 진실

by 황상열

요새 일을 마치고 퇴근하고 지하철을 타면 앉을 자리가 있는지 아니면 구석 자리에 기댈 곳이 있는지 찾아본다. 책을 꺼내 읽거나 스마트폰으로 기사 보는데, 글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가까이 지켜봐야 그제야 보인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이러지 않았는데, 왜 그럴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답은 뻔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마흔이 지나고 나서 조금씩 에너지가 떨어졌다. 마흔 중반이 지나고 후반으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특히 어제는 업무로 강원도 영월에 아침 일찍부터 출장을 갔다가 저녁에 집에 왔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저녁 먹고 나서 침대에 누웠다. 책 좀 읽으려다가 눈이 감겼다. 덮고 드라마를 좀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한참 잘 자고 있는데, 새벽에 눈이 떠진다. 오줌이 마렵다. 화장실로 뛰어갔다. 다시 들어와서 잠든다. 또 깬다. 다시 화장실에 간다. 예전보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잦아졌다. 왜 그럴까? 컴퓨터에 검색했더니 나이가 들어서란다. 부모님이 보시면 뭐라고 하시겠지만, 나도 이제 2년 후면 아니 1년 몇 개월 후면 한국 나이로 50살이 된다. 내가 벌써 50살이 되다니. 어린 시절에 지천명의 나이라면 정말 까마득해 보였는데,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다.


불과 마흔 전까지는 나이 먹는 삶이 싫었다. 영원히 청춘일 줄 알았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먹고 노는 삶의 반복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자체가 좋았다. 사실 노는 것은 그 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이었다. 일은 너무 하기 싫었지만, 놀기 하나는 끝장날 정도로 좋아했으니까.


하지만 30대 중후반에 만난 인생의 파도를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인생을 잘 살아왔는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내가 어떤 꿈을 가지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할까?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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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구절 한 구절 집중해서 읽었다. 지금까지 3,000권 가까이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인생에 대해 제대로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마흔 후반이 된 지금 아직도 멀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살았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지혜와 책,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이 더해져 인생의 진실을 깨달았다.


첫째,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실이다. 어린 시절 만났던 친구들과 평생 만난 줄 알았다. 이 직장이 나의 평생직장이라고 믿었다. 지금 만난 이 상대가 나의 마지막 연인인 줄 알았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좋은 일만 이제는 꽃길만 걷는 줄 알았다.


지금 그때 만난 친구들 일부만 남았다. 직장은 만 20년 동안 10번을 옮겼다. 몇 번의 만남 끝에 지금 아내와 살고 있다. 2024년 겪었던 비록 상처는 되었지만, 고통은 사라졌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계속 반복된다. 인생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한 가지 사실만 알아도 고민이 줄어든다.


둘째, 내 뜻과 상관없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진실이다. 분명히 내가 원인 제공하여 일어나는 일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인생에 벌어지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갑작스럽게 아이가 사고를 당하거나 다칠 수 있다. 운전하면서 잘 가고 있는데, 뒤에 있는 차가 멈추지 못하고 들이받기도 한다. 이 책을 출간하면 반드시 잘 될 줄 알았지만, 막상 책이 나오면 결과는 신통치 않다. 내 의도와 상관없는 일로 괴롭거나 즐거울 수 있다.


셋째, 좋은 일, 나쁜 일이 있어도 그에 대한 반응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진실이다. 이 진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좋은 일이 있으면 계속 방방 뜨기만 했다. 나쁜 일이 생기면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중간이 없었다. 작년에 큰 사건을 겪고 나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웃으면서 좋은 생각만 하기로 결단했다. 계속 그 기운을 가져갈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미 벌어진 일은 잊어야 한다. 과거의 일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하나만 가져가면 된다. 오지 않는 미래도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위 세 가지만 알아도 앞으로 인생을 사는데 가벼워진다. 어머니에게 전화로 위 세 가지를 말씀드리니 한마디 하신다. “나는 30대때 알았던 진실을 이제야 아는 거냐? 아직 멀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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