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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by 황상열

오랜만에 퇴근길에 이적과 김동률이 잠깐 뭉쳤던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가 흘러나온다. 올해 1월 <나를 채워가는 시간들> 저자 강연회에서 중간에 잠깐 이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는 노래다. 가사 하나하나가 참 그때의 추억 하나하나 생각날 만큼 와 닿는다.

ⓛ 시린 겨울 맘 졸이던 합격자 발표한에 부둥켜 안고서
이제는 고생 끝 행복이다 내 세상이 왔다...

199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200점 만점에서 400점 만점으로 바뀐 첫 시험이었다. 그리고 내 기억으로 2000년 초반까지 수능 중 가장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400점 만점에 165점 정도를 맞으면 전국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는 커트라인이었다. 마지막 모의고사까지 목표한 점수를 획득했지만, 진짜 수능시험에서 완전 죽을 썼다. 그러나 재수는 정말 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점수에 맞추어 원서를 냈다. 어떻게든 들어가야 했기에 며칠 마음 졸이다가 합격자 발표날 명단에 이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부둥켜 안으며 축하받았던 기억이 난다. 대학만 들어가면 정말 세상 다 가진 줄 알았다. 그때는 그랬다.

②철없이 뜨거웠던 첫사랑의 쓰렸던 기억들도 이젠 안주거리
딴에는 세상이 무너진다 모두 끝난거다.

군대 가기 바로 2달전에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다. 영장을 받아놓은 입장이라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루하루 그녀와의 추억이 쌓이고, 입대를 했다. 그리고 딱 1년뒤 상병때 헤어지게 되었다. 역시 군인신분으로 민간인 선배와의 데이트를 막을 수 없었다. 복귀하고 나서도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괴로웠다. 바보같이 차여놓고 왜 내가 더 힘들어했는지 아직도 이해불가다. 헤어진 걸로 세상이 무너지고 끝난 줄 알았다. 그때는 그랬다.

③밤새워 뒤척이며 잠 못들던 훈련소 입소전날
술잔 나누면서 이제는 남자다 어른이다 다시 시작이다

정말 훈련소 입소 전날은 같이 입대하는 친구와 같이 여관에서 잤다. 공군으로 입대했던 나는 훈련소가 진주에 있다보니 입대 이틀 전에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잘 다녀오라고 편지까지 주셨다. 기분이 참 묘했다. 그 일주일 전까지 친구들과 군대에 간다고 술잔을 부딪히면서 건강하게 무사히 제대하기를 서로 기원했다. 정말 술잔 나누면서 우리도 남자고, 제대하면 어른이 될 거라고 외치면서 부어라 마셨다. 그때는 그랬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좋았던 추억은 남고 쓰라린 기억은 잊혀진다. 하루하루 사는 연습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데, 정말 정답은 없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도 지나가면 어느 시점에 그땐 이런 글도 있었구나 라고 하지 않을까?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은 어떤 일이 또 펼쳐질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그땐그랬지 #카니발 #에세이 #추억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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