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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Feb 09. 2019

인생은 쌓아가는 여정이다.

나는 그를 알지만 그는 나를 모른다. 동갑내기 배우 하정우가 쓴 <걷는 사람 하정우>를 시간될 때 몇 번씩 읽어본다. 배우로서의 자질 뿐 아니라 글쓰는 소질도 대단하다. 그림까지 그리고 있으니 예술적 소양은 타고난 게 분명하다. 거기에 자기관리와 엄청난 노력이 더해졌으니 지금은 대한민국을 아우르는 대배우가 되었다. <걷는 사람 하정우>에는 이런 그의 인생관이 잘 나타나 있다. 일단 그는 무슨 일이 있든 없든 스타가 된 지금도 무조건 걷는다고 한다. 인생을 걷기에 비유하며 우직하게 나아가는 그의 행보와 잘 닮아 있는 듯 하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시간을 쌓아가는 것뿐이다. 나는 내가 지나온 여정과 시간에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해나가지만, 결코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않는다. 어쩌면 확신은 나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오만과 교만의 다른 말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야 이 말을 조금씩 이해하나 보다.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과연 내 인생에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는지 반성해 본다. 직장에서도 적당히 욕을 먹지 않을 정도로 대충 일하면서 나에 대한 대우가 부당하다고 불평불만만 터뜨리지 않았는지… 가정에서 피곤하다는 핑계로 적당히 집안일을 도와주고 홀로 육아하는 아내를 방치하지 않았는지… 내가 하는 업무에서도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전문가 행세만 하지 않았는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도 빨리 유명해지고 싶어 급하게 원고를 쓰고 밀어붙이지 않았는지… 알멩이가 빠진채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로만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인생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에서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의 진짜 뜻이 이런게 아닐까?      


“우리는 실패한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타인의 평가가 내 기대에 털끝만큼도 못 미쳐 어리둥절해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어차피 길게 갈 일’이라고. 그리고 끝내 어떤 식으로든 잘될 것이라고.”    


그렇게 최선을 다해도 일의 결과는 하늘에 달려 있다. 성공이냐 실패는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내 경험으로 봐도 성공보단 실패가 많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출간했던 책들도 타인의 평가가 내 기대만큼 냉정했고, 그 반응에 나는 좌절했다. 하지만 위 구절처럼 다시 생각한다. 작가로 출발하여 이제 3년이 좀 지났는데, 평생 글을 쓰면서 살거라면 길게 보자고.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다 잘 될 거라고 스스로 믿는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나의 책을 읽어줄 단 한명의 독자를 기다리면서.     


인생은 나를 믿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내 영역 밖의 일은 하늘에 맡기면서 그 시간을 쌓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자. 애들 밥 차려주고 책 읽고 글 쓰는 일.  

   

#인생은쌓아가는여정이다 #인생 #여정 #단상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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