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 갔다가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다. 시간이 늦어서 지하철 안에 사람이 많았다. 노약자 석에서 큰 소리가 들린다. 쳐다보니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청년에게 어르신이 화를 내고 있다.
“아니 새파랗게 젊은 것이 왜 여기에 앉아 있어? 요새 젊은 것들 예의범절을 몰라.”
“죄송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세요?”
“내가 소리를 안 지르게 생겼어? 저 옆에도 자리가 많은데 여기 앉았냐고!!”
“야근하고 피곤한데 자리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길래 잠깐 앉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비켜드릴테니 여기 앉으세요.”
“진작에 비켜야지. 내가 꼭 이야기를 해야 비키잖아.”
참 옆에서 듣고 있지만 나이를 먹었을 뿐이지 꼰대가 따로 없는 노인이다. 같이 듣는 나도 짜증이 났다.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청년이 일어났다. 일어난 그를 본 어르신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 다리를 다쳤다면 진작에 먼저 말을 하지. 왜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그냥 앉으세요. 괜찮습니다.”
“그래 괜찮으면 내가 앉지.”
자세히 보니 왼쪽 발목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구두와 바지 사이로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 청년은 통증을 참고 일어나더니 지하철 문에 기대었다. 얼굴도 피곤해 보이고, 다리도 성치 않은데 그 노인은 끝내 외면하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던지 그 청년에게 앉으라고 양보했다. 그리고 그 어르신에게 한 마디 했다.
“보니 일도 늦게 끝나 피곤해 보이는데, 다리까지 괜찮지 않은 것 같고.. 자리를 왜 안 비켜주냐고 뭐라 하십니까? 여긴 노약자석이라 다친 젊은 사람도 앉을 수 있어요.”
“아니 여긴 노인들만 앉는 자리라 젊은이들이 앉으면 안되는 자리에요.”
“아니 임산부나 노약자, 환자 등은 그런 구분없이 다 앉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무슨 소리야? 여긴 노인들 자리야!”
또 어르신은 할머니에게 화를 냈다. 양보한 할머니 덕분에 피곤하고 다친 청년은 앉을 수 있었다. 그 청년은 짜증이 났는지 몸이 아픈지 울고 있었다. 아무래도 좀 힘들어 보였다. 힘든 사람을 토닥토닥하며 위로는 못해줄망정 자기 안위나 신경쓰는 어르신의 행태를 보면서 참 씁쓸했다. 가서 한마디 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여전히 어르신과 할머니는 2차 공방중이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청년은 정말 피곤했는지 잠들었다.
“이봐요. 피곤한 사람에게 뭐라 하지 마세요. 그래도 힘들었으니 좀 쉬라고 한마디 해주면 되잖아요.”
할머니의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어르신도 이해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사과는 안하는 걸 보면 대단한 인성이다. 자고있는 그 청년에게 속으로 한마디 남기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그대힘들었나요 #토닥토닥 #힘들었나요 #글마시는남자 #나는매일쓰는사람입니다 #단상 #에세이 #황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