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서..애틋한 사랑
퇴근길에 배가 고파 오랜만에 지하철 역 앞에 있는 P빵집을 들렀다. 좋아하는 소시지빵과 단팥빵을 찾고 있는데, 눈 앞에 환자복을 입은 아저씨도 같이 빵을 고르는 중이었다. 그는 한 손에 링거가 꽂힌 거치대를 끌면서 거동도 불편해 보였는데, 그래도 천천히 빵을 하나씩 들어 계산대로 옮겼다. 먼저 계산을 마친 나는 매장 내 테이블에 앉아 빵을 먹기 시작했다. 바로 그는 꽤 많은 빵을 옮겨 놓았다. 그 빵을 케익 상자에 넣고 그 위에 예쁜 색지로 포장해달라고 점원에게 요청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듯한 점원은 웃으며 흔쾌히 허락했다.
“하하, 아이들 주실 빵인가봐요?”
“아니요. 빵 좋아하는 우리 마누라 줄려고 사는 거에요.”
“아! 그러시군요. 그래도 양이 꽤 많아서 며칠 나눠서 드시면 되겠어요.”
“아니요. 늦어도 내일까진 다 먹어야되요.”
“아! 아내분과 아이들도 같이 드시면 되겠네요.”
“아니요. 나도 아프지만 우리 마누라는 오늘 내일 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마누라가 지금 너무 많이 아파요. 지금 의식이 없는데, 꼭 깨면 좋아하는 빵이라도 원없이 먹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만 있네요.”
빵을 먹으면서 우연히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그들의 내막을 다 알지 못하지만 유추해보면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아내가 남편보다 상태가 더 위중하다는 것은 파악했다. 남편도 현재 몸 상태가 꽤 좋아보이지 않지만 자기보다 더 힘든 그녀를 위해 좋아하는 빵을 사러 온 것이다.
여자 점원이 마음이 여렸는지 포장을 하는 내내 눈물을 흘린다. 옆에 있던 빵집 사장도 그 남자의 아내가 빨리 쾌유되길 바라는 마음에 빵을 조금 더 넣는 것을 봤다. 퇴근 후 좀 지쳐서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도 그를 보면서 참 아내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다고 느꼈다. 지금 사경을 헤메고 있는 아내가 빨리 깨서 빵 먹는 모습을 보고 싶은 그의 마음에 감동했다.어쩌면 이 빵이 마지막 선물이 될지 모른다고 울먹이는 그의 마지막 말이 계속 내 귀에 맴돈다.
빵을 먹다 울컥하긴 처음이다. 소시지 빵이 눈물 젖은 빵이 되어버렸다. 빵이 포장된 박스를 들고 나가는 그를 보면서 진짜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두 분의 빠른 회복을 같이 기도한다.
“진짜 사랑은 어려울 때 같이 있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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