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각자 인생의 기준이 있다

by 황상열



35살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해고당하기 전까지는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어 살았다. 20살이 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를 다녀오면 27살에 좋은 직장에 취업하여 30대 초반에는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는 생각을 늘 당연시 했다. 그 나이에 생각한 바를 이루지 못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20살 수능을 망쳐도 재수하지 않고 어떻게든 대학에 들어갔다. 또 대학 졸업반이던 27살 시절에도 대기업, 공기업에 도전하여 실패했지만 취업을 해야한다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작은 설계회사에 입사했다. 30대 초반 무조건 결혼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소개팅과 미팅을 거쳐 목표를 달성했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부합하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여 달성하니 인생의 승자가 된 기분이었다. 20살에 대학에 떨어진 친구를 보고. 27살에 아직 취업하지 못한 동기나 친구를 또 보고. 32살에 결혼하지 못한 친구나 지인을 보고.. 그 기준에 미달된 사람은 패배자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이 없었다. 이제라도 반성한다. 남들의 눈에 비친 모습이 중요하여 내 기준도 없이 학교나 회사도 규모에 상관없이 일단 들어가보자는 심정이 더 컸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딱 맞게 진학, 취업, 결혼까지 다 이루어놓고, 남은 것은 좋은 집과 차를 사고 열심히 일하면 40대 후반쯤 회사의 임원이 되는 것이었다. 이것을 다 이루면 남들이 우러러보는 성공적인 인생의 피날레가 완성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인생이 바란다고 다 이루어질까? 내가 생각한대로 이루어졌다면 이렇게 내 인생을 돌아보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욱 기고만장하다가 더 큰 인생의 실패를 맛보았을 지도 모른다.

역시 인생은 내가 계획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혼하고 나서부터 월급이 밀리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술을 마시고 지각하거나 무단결근 하는 일도 빈번했다. 주어진 일은 곧잘 했지만 중간관리자로서의 역할도 잘하지 못해 상사에게 많이 혼났다. 그것도 다 내가 저지른 일인데 남탓 세상탓만 하다가 결국 35살에 내 인생의 가장 큰 나락으로 떨어졌다.

몇 달간 폐인처럼 살다가 생존독서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제대로 살아보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남들의 이목만 신경쓰는 인생을 살았던 내가 바보같고 한심했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미달한 게 아니라 조금 늦게 출발한 것 뿐인데, 그 시절 나는 나와 같지 않은 사람을 보면 속으로 무시했다. 삼수를 하고 늦게 대학을 졸업한 친구는 그후 몇 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여 33살에 합격한 뒤 10년째 잘 근무하고 있다. 결혼도 40살에 하여 예쁜 딸을 두고 행복하게 지낸다. 지금 나이가 되니 다 같은 결과로 인생을 살고 있는데, 왜 그때는 그렇게 내가 먼저 잘 나가는 것 같은 헛된 망상을 했는지 모르겠다.

대학을 가지 않은 친구도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워 지금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자가 되었다. 취업을 하지 않고도 자기만의 아이템으로 창업하여 사장으로 성공한 친구도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기만의 취미로 멋진 인생을 사는 지인도 있다. 부자가 되고 싶어 돈을 많이 버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친구도 있지만, 가진 게 많지 않아도 가족과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친구도 있다. 내가 언급한 그들은 모두 사회가 정해놓은 일반적인 기준에 맞지 않지만, 그들 나름대로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더 멋진 인생을 꾸려나가고 있다.

지금 내가 당장 초라하고 보잘 것 없을지라도 또 그 나이에 진학, 취업, 결혼을 못했다고 기죽을 필요가 전혀 없다. 사람마다 각자의 인생이 있고, 그 기준 또한 다 다른데, 왜 모든 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꼭 지켜야 할까? 자신만의 인생 모멘텀을 가지고 하고 싶은 대로 살면 그만인 것을. 오늘도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묵묵히 걸어가는 여러분을 같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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