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컴퓨터에 앉았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중 시간을 내어 글을 쓰곤 했는데, 화요일 이후로 집에 거의 있을 시간이 없었다. 수, 목요일은 회사일로 제주도 출장을 다녀왔다.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둘째 아들의 유치원 행사에 참석한 뒤 둘이서 광명 본가에 와서 조카와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사실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내면 조금이라도 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온전하게 본연의 일상에 집중하고 싶었다. 출장지에서 내 업무에만 충실하게 임했다. 이 땅에 대한 규제사항과 활용방안에 대해 좀 더 고민했다. 관련 법규를 찾고, 해당 시청과 도청 공무원을 만나 심도있게 물어보고 의견을 교환했다. 그렇게 정리한 내용을 다시 추려 같이 간 시행사 임원과 머리를 맞대고 최종 결론을 도출했다. 일을 끝내고 저 멀리 보이는 바닷가를 바라보았다. 석양이 떨어지는 가을 저녁에 보는 바닷가 풍경이 일품이다.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에 얼굴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의 감촉도 좋다. 지그시 눈을 한번 감아본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해온 평범한 나의 업무였는데, 이번에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람과 희열을 느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었다. 물론 내 일에 임하고 처리함에 있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뭔가 기계적이고 조금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몇 주 동안 나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시 하고 일에 임하다보니 의욕이 다시 살아났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에 본부 회식이 있었다. 오랜만에 상사, 동료, 후배들과 허심탄회하게 업무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일을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기가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게 해낸다. 그 평범한 일상속에서 묵묵히 자기만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어 이 세상도 잘 돌아간다.
금요일은 둘째 아들의 유치원 행사가 있어 연차를 냈다. 그동안 아이들과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해서 피곤하지만 아침부터 행사에 참석했다. 아들과 함께 가을 산행을 하면서 같이 뛰고 게임도 즐겼다. 같이 온 아빠들의 얼굴도 행복해 보인다. 가장으로서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은 많지 않았다. 왜 아이들이 엄마만 찾는지 잘 모르다가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행사가 끝나고 광명 여동생 집에 와서 매제, 조카와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사실 뭘 거창하게 한 건 없다. 조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가서 같이 슬라임과 레고도 만들고, 같이 뛰어논 게 전부다. 다시 집에 와서 부모님을 모시고 저녁을 먹고 맥주 한잔에 영화 한편 보면서 같이 웃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일상을 보냈다.
아이와 함께 웃고 떠들고, 매제와 술 한 잔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아버지의 예전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어린시절 추억을 한번 다시 되돌아보고.. 그리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일상에서 기적을 보았다. 인생은 평범한 일상이 쌓여서 만들어나간다. 그 일상을 기적처럼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나 자신이다. 행복은 정말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을 잘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소확행을 찾을 수 있다. 남은 주말도 기적같은 일상을 누려보길 같이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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