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신경이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인 내가 그래도 좋아하던 운동은 3가지다.
단거리 달리기, 축구, 농구... 달리기는 그래도 제법 뛰어서 지금도 누구와 100m를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 구기로 할 줄 알았던 운동이 축구와 농구였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축구를 했고, 중학교에 가서는 주로 친구들과 농구를 했다. 늘 키가 중간에서 좀 작아서 농구도 포지션은 가드를 맡았다. 나도 드리블을 통해 키 큰 친구들에게 패스를 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만화 <슬램덩크>와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그 당시 농구의 붐은 대단했다.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에 가면 다들 농구를 했다. 나도 그 당시엔 농구에 푹 빠져서 하교 후에도 혼자 공들고 나가 드리블과 슛 연습을 하곤 했다. 대학 신입생이 되어 들어간 동아리는 여행동아리 “유스호스텔”이었다. 그 안에서도 여행 다니고 쉬는 시간엔 선배들과 농구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1997년 가을쯤 동아리 졸업생과 재학생의 농구경기가 열렸다. 이기는 팀이 저녁을 사기로 한 기억이 난다. (맞는 줄 모르겠다.) 재학생 2~4학년 선배님들과 갓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 선배들이 팀을 나눠서 게임에 돌입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시소 게임을 이어갔다. 계속 졸업생 선배의 계속된 리드로 전, 후반 10분 경기로 진행되었다. 후반 3분을 남기고 내가 속한 재학생팀이 3점차로 지고 있었다. 나는 지친 한 선배 대신 선수로 투입되었다. 여자 선배님들과 동기들의 응원전도 대단했다.
재학생 선배가 한명을 제치고 레이업 슛을 성공시켰다.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그때가 남은 시간이 1분 30초였다. 나는 투입된 후 그때까지 공은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다. 계속 뛰어다니면서 나를 마크하는 선배님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남은 시간 30초가 될 때까지 서로 한번씩 슛을 실패했다. 다시 우리 팀 공격이 시작되었다. 하프라인을 넘어서면서 속공으로 전환했다. 원래 시간을 다 쓰고 에이스의 한 방을 노리는 게 정석이지만, 프로선수가 아니기에 공을 잡으면 바로 슛을 던지는 작전으로 나갔다.
나는 그때 골대 끝 가장자리 하프라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레이업을 시도했던 선배가 슛이 막히자 나에게 패스를 했다. 그게 경기에서 내가 받은 첫 번째 패스였다. 나는 받자마자 한번 드리블을 치고 페이크 후 슛을 던졌다. 공은 링 주위를 한번 튀긴 후 그대로 골망으로 들어갔다. 남은 시간 5초가 남았을 때였다. 1점차로 역전하는 순간이었다. 다시 수비 태세로 전환했다. 마지막 5초를 최대한 버티었다. 그대로 게임이 끝났다.
나는 그 게임의 히어로가 되었다. 내 생애 그런 환호를 들어본 적이 없다. 처음 잡아본 공으로 첫 번째 슛이 그대로 버저비터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 이후 내가 속한 팀이 농구게임에서 이겨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물론 슬램덩크 스토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