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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키 Jan 05. 2021

임재범 비상을 2절까지 부르는 그 날까지

무언가 간절함에 목놓아 울어본 적이 있는가?

오늘따라 위층이 조용하다.

이 시간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위층 소음이 없어서 그런지 집안이 유독 고요하게 느껴진다.

이 고요함이 어색해 구글 스피커에 대고

" 헤이 구글~ 발라드 들려줘 "

선곡조차 신경 쓰기 싫은 나른한 오후다.



조용하게 음악 들으면서 2021 트렌드 노트를 읽어야지 하고 있는데 전주가 나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멈칫한다.

"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 

' 아 뭐야.. 하필 임재범 비상이다. '

친오빠가 이 노래만 들으면 나를 놀리곤 한다

20대 초반에 오빠랑 노래방을 간 적이 딱 한번 있었는데 내가 이 노래를 부르다가 울어버린 것이다.

"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 이 부분에서 마이크를 떨구어 놓고

대성통곡을 했더란다. 아무 말 없이 다음 소절을 꿋꿋이 이어 부른 오빠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다.



음악은 귀로만 듣고 느끼는 것이 정말 아닌가 보다.

4분 28초의 청각을 자극한 기억력은 마음까지 내려와 ' 임재범 비상 '을 MP3에 넣어 듣고 다니던

15년 전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내 앞에 데려다 놓았다


 





나는 아직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감정을 또렷이 기억한다.

벚꽃이 피는 4월, 공기마저도 사랑스럽고 따뜻한 봄날.

친구들이 대학교 축제를 즐기며 싸이월드 미니홈피 BGM도 경쾌하게 바뀌던 날에,

낭만이 있고 시끌벅적한 캠퍼스가 아니라 깜깜한 독서실로 어김없이 등교하며 스탠드 불빛 하나가 유일하게 마음의 빛이었던 그 시절.

그러고도 몇 번의 해가 바뀌어도 내 꿈은 좀처럼 쉽게 이루어지지가 않았다.


그 쯤되면 대학 하나가 뭔데, 이렇게 간절한가?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맹목적으로 간절하고 그것만이 꿈이며 나의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해주는 유일한 것이 된다.

고 3, 단지 1년의 시간을 놓쳤을 뿐인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던 나는 그때 결심을 했다.

" 제 때 후회 없이 살아야겠구나. 때를 놓치면 이렇게나 몇 배의 시간이 걸리는구나. "



그렇게 나의 20대 초반은 MP3 음악이 유일한 단짝이었으며 터질듯한 감정을 누르며 외로움을 참아냈다.

어찌나 지독하게 외로운 기억인지 지금 글을 쓰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콕콕 아려온다.



어쨌든 난 첫 번째로 원하는 학교를 가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이 정도면 됐지 하고 멈출만한 결과를 얻었다.

합격자의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 내가 너무 간절하고 원하는 게 있으면 미치도록 노력합시다 우리, 점수가 오르지 않아도 그냥 믿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점수가 안 나와도 문 닫고라도 들어가는 합격운이 따를 거예요. 절대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

그래도 만약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무언가에 몰두하며 열심히 살아온 경험은 나에게 반드시 무언가를 남겨줄 거라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시절에 나는 앞으로 삶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삶에 대한 태도를 정해버린 것 같다.

그리고 꿈을 꾸며 그 꿈을 간절하게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되었다.

실패를 많이 해봤기에 그 실패가 얼마나 아픈지 공감할 수 있었고

혼자서 공허함을 달래며 고군분투 해왔기에,

누군가의 외로움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난 꿈을 이루기 위해 걸어가는 길목에 있지만,

아직도 임재범 ' 비상 '을 들으면 눈물이 맺히는 쿨하지 못한 30대 중반의 어른이지만,

또 하나의 잊고 있던 꿈이 생각났다.

언젠가 나와 비슷한 시절을 겪고 있는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나의 고군분투하던 나날들이 희망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바보 같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도 괜찮다.

꿈을 그리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고 그렇게 될 거라고. "


이 말을 해줄 때가 되면 나는 임재범 비상을 듣고도콧노래처럼 흥얼거리게 되겠지? 상상하며

20대를 열심히 보내준 지난 시절의 내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잘 살아와줘서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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