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오늘도 우연히 이곳에 당도하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
저번 주에 휴재를 걸어두고 귄록루역의 구성원들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3일 동안 바다에 가서 수영도 하고 시골집에 모여서 좋아하는 음악에 술을 곁들이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중에는 2월 말에 시작한, 일주일에 한 번 온라인으로 모여 음악 이야기를 쓰면서 각자가 나름대로 성장을 한 것 같다는 추억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넷은 만나서 한 가지 결정을 했어요. 어쩌면 아쉬운 결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제목은 '대단원', 즉 시즌 1의 마감을 의미합니다. 영영 사라지는 건 저희의 계획엔 없기 때문에 잠시 충전을 하고 이젠 각자의 이야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각자의 삶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어요. 저희가 결정한 '대단원'의 컨셉은 '2월부터 8월까지, 성장한 저희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두자'입니다. 음악을 말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얻은 성장, 혹은 그 사이에 있었던 개인적인 일 등을 오늘 이야기의 주제로 해두고 잠시 사라질 계획이에요.
그럼 저희의 시즌 1, 마지막 이야기, 함께 하시죠!
#귄의 이야기 : 돌아봤을 때 더 선명한 것
https://youtu.be/6ZXzn1jwtM4?si=KNt99C_N10pQXIGa
‘이봐 젊은 친구야‘
그룹사운드 잔나비의 곡과 라이브 콘서트, 티저 등의 느낌들을 잘 살펴보면 전 그런 느낌이 듭니다. 여름날, 젊음, 소년소녀들, 레트로, 청춘, 위로, 사랑, 꿈. 노래 하나하나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이 듭니다. 몸은 어느새 훌쩍 커버렸지만 마음 한 곳엔 아직 어린 소년소녀들이 남아있습니다.
잔나비의 곡 중에서도 요즘 손이 많이 가는 곡은 ’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곡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곡입니다. 곡에는 화자가 2명 나옵니다. 화자 A는 계속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젠 무엇 때문에 나아가는지도 잊어버렸습니다. 슬픔을 겪고 행복도 겪고 자기가 좋아졌다 싫어졌다... 합니다.
화자 B는 큰 따옴표 속에서 화자 A에게 말을 건넵니다.
“잃어버린 것들은 잃어버린 그 자리에”
“가끔 뒤 돌아보면은 슬픔 아는 빛으로 피어-“
“저 봐 손을 흔들잖아 슬픔이여 안녕-“
한 줄로 요약하면 화자 A가 화자 B를 위로하는 내용입니다. 전 둘이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B가 미래의 A인 거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그 속에서 어떤 괴로움을 겪고 성장했는지는 모르지만, B는 분명 별 거 아닌 일처럼 A를 달랩니다. 슬픔에게 안녕을 외치며 말이죠.
모두가 그랬을 겁니다. 20대 초반엔 좋아하는 것도 많고 꿈도 많고 미친 듯이 파보고 실패도 해보고 좌절도 해보고 사랑도 해보고 이별도 해보고 깨달음도 얻고 말이죠. 언젠가 여러분들이 화자 B가 되어 뒤돌아보았을 때, 그 모든 기억들은 지금의 여러분들을 있게 해 준 원숙한 빛으로 피어있을 겁니다. 그건 다 화자 A 시절 여러분들이 끊임없이 부딪혀 온 결과물이죠.
록 형이 제안한 브런치 연재 덕분에 올해 상반기를 즐겁게 보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을 1000자 내외의 글로 써보고, 다른 가이드들의 글도 읽어보고, 몰랐던 노래도 알아가는 이 귀한 경험을 밑거름으로 저희는 다시 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성장해서 만날 그때까지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구름 하얗고
하늘 파랗고
한 시절 우리는 자랐습니다.
#록의 이야기 : 잊혔던 꿈들이 조용히 숨을 틔우길
귄록루역의 둘째 록입니다. 귄록루역의 메인 편집자를 담당하기도 하죠. 정교사는 아니지만, 어쨌든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2월 말, 그러니까 개학이나 개강 전에 브런치 스토리에 처음으로 작가 신펑을 하고 처음으로 브런치북을 계획할 때, 제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제안을 했습니다.
"같이 글 쓸래?"
이 막연한 제안을 다행히도, 어쩌면 당연히도 제 3명의 친구들은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공개된 20개 언저리의 글이 그 결과물이에요. 다행히 제 친구들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해줘서, 저에게도 소중한 경험이 되어서, 이 결과물이 마냥 엉망이진 않은 것 같아요.
사실 2024년과 2025년, 근 2년은 귄록루역에게 암흑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해가 떠있던 적이 언제였나 싶지만, 최근 2년은 더더욱 어두워요. 2명은 국방의 의무를, 2명은 사회 초년생으로서 힘든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죠. 대학시절 친해진 저희에게 대학을 떠나 바뀌어버린 삶이 찾아온 것 그 자체로 어두운 날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가져온, 제 마지막 곡은 저와 함께 제 취미생활을 즐겨준 세 친구들에게 바치는 곡이에요. 솔루션스라는 밴드의 '들꽃'이라는 곡입니다. 야구팬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티빙의 오리지널 컨텐츠, '김성근의 겨울방학'의 OST기도 한, 감성적인 곡입니다.
음악 자체는 굉장히 직관적인 감성적인 곡이라서, 가사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대화체로 이야기하려고요.
'들꽃'은 의도적으로 관리받아서 자라나는 꽃이 아니래. 그냥 자연적으로 생명력을 얻어서 자라다가 어느 순간에 꽃이라는 결실을 맺는 존재라고 하더라.
'별이 떨어진 곳에 들꽃이 피었지'라는 한 줄의 가사처럼, 우리의 꿈이 떨어지는 그곳에 우리가 간절히 바라던 그것이 피어날 거라고 난 확신하니까, 각자의 위치에서 파이팅 하고 다음에는 더 행복하게 만나자.
'매서운 봄을 견디고 피어나는 하얀 들꽃처럼'
#루의 이야기 : 예고편이라는 이름의 노래
https://youtu.be/tEfV9m2ereg?si=T_pwI45I0z9KM-Li
모든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끝나고,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종종 그 두 지점 사이에서 잠깐 숨을 고르죠. 그렇게 멈춘 시간 속에서 들려오는 음악 한 줄기. 〈Overture – From Whiplash〉는 바로 그런 곡입니다. 숨이 막힐 듯 짧지만, 섬광처럼 강렬한 시작.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들은 어쩌면 그저 ‘예고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글을 연재하며 참 많은 노래들을 소개했습니다. 불행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하던 Chet Baker의 〈Everything Happens to Me〉부터, 삶이라는 여행의 조각들을 추억하고 감상하게 만든 Mussorgsky의 〈Pictures at an Exhibition〉까지.
익숙하던 노래들이 때론 낯설게 다가오고, 하나하나가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전시관처럼 걸렸습니다.
때로는 음악이 그저 추억이 되는 노래를, 또 때로는 현재를 버티게 해 준 노래를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짧은 서곡처럼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가 예고편이었다면, 이제 우리 본편을 시작해 볼까요?”
서곡은 참 짧습니다. 단 몇 초 만에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곧장 다음 장면으로 나아갑니다.
마치 준비 운동처럼, 숨을 들이마시는 찰나처럼.
그래서일까요? 더욱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모든 노래가 끝났다고 느껴졌을 때, 사실은 이제 막 이야기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니까요.
우리가 걸어온 길은 프롤로그였고, 이제부터가 진짜 우리만의 본편입니다.
앞으로의 시간도 결국 음악과 함께일 것입니다.
새로운 길을 걸을 때도, 실패와 후회 속을 지날 때도, 한 곡의 음악은 늘 우리 곁을 걸어줄 테니까요. 그리고 또 다른 예고편이 등장하겠죠. 언제나, 또다시.
끝나지 않는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귄록루역’의 첫 연재글들은 발판이었습니다.
작게는 저희의, 그리고 크게는 여러분의 삶 속 조각들을 음악으로 기억하고 추억하며, 다음 노래를 이야기하기 위한 준비였지요.
음악이 끝나도, 여운은 남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우리를 다시 앞으로 밀어줍니다.
그러니 어떤 고난과 역경이 큰 파도처럼 몰려오더라도, 즐거웠던 기억과 음악 속 순간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갑시다.
찬란한 미래를 향해, 오늘도, 내일도 힘을 내며 인생을 즐겨요.
Ars Longa, Vita Brevis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 by Hippocrates
#역의 이야기 :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https://youtu.be/gYRzYw7wxTQ?si=xejdf5BhO6oc4usl
어느덧 마지막 글까지 왔네요. 제가 지금까지 여러분들께 드렸던 노래들은 지금까지의 저를 만들어와 준, 제 인생 자체인 플레이리스트예요. 제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었는지, 내 인생 중간중간 제 곁엔 어떤 노래들이 있었는지. 제가 첫 글에서 묘사한 것처럼, 기억은 음악 안에 보관할 수 있으니까요. 제 인생을 돌아보게 할 수 있는 이런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준 귄록루에게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막연히 시작했던 글쓰기지만, 예전부터 마지막 노래만은 어떤 노래를 골라야 할지 종종 깊게 고민해 왔어요. 항상 무언가 일을 할 때나, 사람을 만나거나 할 때도 마지막이 제일 어려운 법이잖아요. 오늘의 노래는 아름다운 마지막에 어울릴, 또 제가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었던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입니다.
백예린의 “London”
백예린의 정규 1집 “Every letter I sent you“는 백예린이 지금 제 또래 때 가졌던 여러 마음들을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부쳤던 편지들이에요. 그중 마지막 수록곡인 “London”은 아픈 사랑으로부터 떠나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겠다는 아련한 다짐이 담긴 노래입니다. 긴 청춘의 꿈에서 깨어나는 듯한 몽환적인 목소리와 반주가 특징이죠.
처음부터 완벽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비단 사랑뿐만이 아니라 모든 게 마찬가지죠. 하지만 서툴렀던 자신에서 멈춰있을 수는 없어요. 우리는 항상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청춘의 실패와 낙담은 그를 위한 좋은 과정일 뿐입니다.
백예린의 이 앨범을 오랫동안 곱씹으며 생각해 본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과거의 생각이나 감정을 담아놓은 무언가가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말이에요. 그게 이런 음악 앨범이 될 수도, 어쩌면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작은 글쓰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먼 훗날 언젠가, 지금 이 청춘마저도 철없었다 생각할 어른이 되어있을 때쯤. 저의 치기 가득한 이 작은 글들이 제가 결국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음의 증거라는 것을 떠올려 본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우리의 서투른 청춘의 과정을 함께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의 우리의 여행에도 음악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할 거예요. 이 글까지 읽어 주시는 모두가 각자의 세상 속에서 자신의 음악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것인지 느끼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