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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Mar 01. 2016

연애해본 적 있다면 공감할 이야기 『500일의 썸머』

                                                                                                                                                                                                           

                                                                                                                                                                                                                                                                       

감독 : 마크 웹

장르 :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시간 : 95분

주연 :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500일의 썸머』.

내가 좋아하는 멜로 영화 중 하나이다. 이 영화에 나온 ‘Quelqu'un m'a dit’이라는 노래도 좋아하고, 영화에서 표현되는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도 좋아한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약 4년 전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 영화 주인공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왜 상을 받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역시 멜로 영화는 연애해본 적 있는 사람이 더 공감할 수 있는 것일까,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까 정말 공감 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톰은 언젠가 자신의 짝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 남자다. 어릴 적부터 운명의 짝이 있을 거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반대로 썸머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운명의 짝이나 사랑 따윈 믿지 않다. 매우 다른 가치관을 가졌으며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남녀. 여느 남녀가 그렇듯, 서로 다른 둘은 평범한 곳에서 평범한 계기로 만나게 된다.



썸머를 운명의 상대로 생각하고 사랑에 빠진 톰. 매력적인 썸머는 톰에게 얘기한다.


“전 제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어요. 인간관계는 혼란스럽고 사람들은 마음을 다치죠. 누가 그런 걸 필요로 하겠어요. 나도 사람 사귀어 본 적 있지만 '사랑'이란 건 본 적 없어요.”

                                


썸머가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사랑에 빠져버린 톰. 톰은 썸머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하고 오해한다. 그리고 그런 톰을 보는 친구들은 답답해하고 어이없어한다. 그렇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 중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친구들은 톰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며 고개를 흔든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매우 웃었는데, 이건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아무리 연애 조언을 들어도 상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안절부절못한 적이 있다. 그런 나를 봤던 친구들의 심정이 마치 톰의 친구들 심정이 아니었을까?



연애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다치는 법. 톰은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썸머에게, 우리 관계가 대체 무슨 관계냐고 묻는다. 썸머는 여기에 답한다.


“무슨 상관이야. 난 행복해. 자긴 안 행복해?”


관계를 정의하고 미래도 함께하길 원하는 톰과 달리, 썸머는 현재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고 있었다. 톰만큼 사랑에 빠지지 않 썸머였기에 여전히 사랑이나 운명의 상대를 믿지 않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따금씩 배려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톰과 냉랭하게 구는 썸머. 둘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다.



톰은 실연의 아픔을 겪으며, 썸머와 똑같은 생각을 다. ‘운명이니 영혼의 반려자니 진정한 사랑이니 그런 건 없다’고.



시간이 흐른 뒤 썸머는 정반대로 사랑을 믿게 되었다. 과거의 톰처럼 사랑에 빠진 것이다. 톰은 그런 모습에 충격을 받지만, 썸머의 표정은 왠지 행복과 슬픔이 뒤섞여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썸머에게서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렸을? 톰은 이제 사랑 아프고 슬픈 감정까지 감내해야 된다는 것을 다. 그걸 몸소 겪었기에, 썸머가 행복하게 살길 빌어준다.


또한 여전히 운명 필연을 믿지 않지만, 그렇기에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인연을 잡아야겠다고 생각다. 전처럼 운명의 짝을 기다리는 게 아닌, 자신이 인연을 만들어 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어텀을 만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과거 시절이 떠올라 재밌었다. 내가 톰이었을 때와 썸머였을 때를 생각해보면, 결국 어느 한쪽이 나쁘다고 말할 순 없는 것 같다. 애초에 사랑엔 도덕도 없다고 하지 않던가? 누가 더 많이 사랑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바뀔 뿐이다. 물론 서로 똑같이 사랑하면 그보다 좋을 순 없겠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상대방을 더 사랑할수록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 일상은 기쁨슬픔 사이를 오간다.


누구든지 톰과 썸머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썸머처럼 타인이란 새로운 세계가 오면 오랫동안 가져왔던 내 세계와 가치관이 뒤바뀐다. 또한 톰처럼 실연의 아픈 시간을 극복하고 나면 비록 '운명' 같은 달콤한 믿음은 사라지더라도,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용기를 내 새 인연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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