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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Dec 30. 2015

부패하고 타락한 현실, 영화 <내부자들>

                                             

나는 몇 년 동안 우후죽순으로 개봉되었던 한국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둡고 잔인하며 현실적인 범죄/정치 영화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찝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날 어쩌다 친구랑 본 영화 <내부자들>로 인해 생각이 좀 바뀌게 되었다.


<내부자들>이 재미있다는 사실은 이미 입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탄탄한 원작 덕분인지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스토리와 연출력이 크게 흠잡을 데 없다고 느꼈다.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정치계와 기업인들, 그리고 법조계와 언론의 실태를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엿보았다.



1. 영화의 인물들



오회장장필우, 이강희, 조상무 이강희가 표현한 대로 ‘괴물’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을 사귀고 해치며 버린다. 오회장은 불리한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병원으로 실려가는, 현실에서도 자주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보여준다. 이 인물들은 부패하고 타락한 한국의 정치인/기업인들을 상징하는데, 이들과 반대편에 선 인물이 바로 우장훈이다.



우장훈 역시 출세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검사로서 가져야 할 정의감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 학벌과 연줄 중심의 검찰계에서 좌절을 맛보았기에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신념을 더욱 버릴 수 없었다.


중간에는 우장훈이 살았던 시골집이 나온다. 기업과 검찰청이 인맥과 부패한 권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공간이라면, 시골집은 사람을 사랍답게 대해주는 곳이며 정이 있는 공간이다. 영화 후반부에 우장훈이 안상구를 배신하는 것처럼 연출되지만, 우장훈이 그럴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우장훈의 시골집이 나오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안상구는 우장훈이 공부하던 시절 메모지에 써두었던 다짐을 본다. 우장훈이 신념과 정의를 버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암시하는 부분이다. 법조인들마저 학벌과 연줄에 의지하고 권력의 뒤편에 서는 세상에서, 우장훈은 희망의 등불과도 같은 존재다.



안상구는 어디 한쪽에 포함되긴 어려운 인물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거창한 의미를 둔 것 같지도 않고, 권력에 목매거나 정의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깡패로 살아갈 뿐이었는데 자신보다 더한 괴물들에게 당하며 인생이 달라진다. 그는 잃을 게 없는 인물이었기에 목숨을 바쳐 복수하는 게 가능했다.


자신의 처지가 위태로서 배신하는 박종팔 있다. 결국 이 세계에서 영원한 동료는 없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될 수 있고, 오늘의 동료가 내일 적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내부자들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한 명 한 명 뜯어보면 완전히 깨끗한 사람은 없으며 모두 저마다이익을 원했다. 악한 사람이 잠시나마 인간적으로 비추어지기도 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악한 방법을 쓰기도 다.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질 수 없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다.



2. <내부자들>의 당대성


영화는 긴장을 거듭하며 관객들에게 반전과 쾌감을 주는 플롯으로 짜여졌다. 이 플롯은 거대한 세력과 싸우승리하고 싶어 하는 대중들의 바람과 맞닿아있다.



<내부자들>은 현실을 첨예하게 드러내며 날 선 비판을 던다. ‘부패하고 타락한 한국의 현실’이라는 당대성을 갖춘 셈이다. 대중들은 이 영화로 인해, 그동안 권력에 쌓아 왔던  분노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게 된다. 관객은 허구 이야기일지라도 감정 이입하며 자신도 모르게 우장훈과 안상구를 응원할 것이다. 결말은 그런 관객들의 바람이 반영되었다.


만약 결말이 배드 엔딩으로 끝났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아마 불쾌하게 영화관을 떠나겠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아직 해피엔딩을 볼 수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분노를 간직야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 사회에 우장훈 같이 정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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