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u's Story #6
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9월의 마지막 밤, 운동장에서 트랙을 돌며 별들을 찍었다. 멀리서 목성과 토성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찍혔다. 사진에 별이 35개 이상 찍혔다. 가장 큰 것 둘은 행성처럼 보인다. 일반적인 별이라면 저런 식으로 빛나지 않는다. 특히 오른쪽 아래의 빛나는 물체는 토성처럼 보인다. 확대해보면 고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보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고등학교에서는 병결 및 휴식의 절차가 꽤 힘들고 까다롭다고 한다. 당장 중학교 때만 해도 건강상의 이유로 1시간 동안 누워있는 것은 출석 인정 처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는 보건실에 15분 이상 있을 경우 결과(수업 결석)로 처리된다.
아프면 결과 처리가 되고, 그게 생기부에 남아서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고? 이게 무슨 비상식적인 제도인가? 난 그냥 도망치고 싶다. 남들이 뭐라 생각할지 몰라도, 이 사회 체계를 순응하고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고등학교 수업도 맞지 않다. 흥미가 없다. 그래도 고양국제고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토의/토론 수업이 많고, 고양국제고에서만 얻어갈 수 있는 것들도 많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이 학교에 다니면서 나의 소중한 것들을 하나둘씩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당신이 꿈을 이뤘다. 돈을 많이 벌고, 평생의 목표를 이루고,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사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친구를 갖고. 그런데 내일 죽는다. 당신은 행복할까? 난 잘 모르겠다. 항상 담임선생님께서 나보고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하셨다. 1학년 때도, 2학년 때도 그러셨다. "건강이 없으면 물질적인 걸 충족한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는데." 모순적이지 않은가.
나는 공동체 속에 갇혀 사는 걸 원하지 않는다. 공동체 형성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항상 강조하던 공동체 역량, 이제는 질릴 정도로 듣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 공동체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경쟁을 일으킨다면 본질이 훼손된 것이다. 없으니만 못할 정도로.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혼자가 편하다. 무언가 연구하고, 몰두하고 이런 것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크게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때에 따라선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쳐내고 혼자만 살고자 한다면, 외톨이 되기 딱 좋다. 난 그게 싫다. 혼자서는 못 산다는 걸 알기에. 내가 면접 문제에 뭐라고 답했는지 안다면, 내가 공동체에 대해 어떤 생각과 신념을 가지는지 알 것이다.
가혹합니다. 이건 자기 계발이 아니라 그냥 경쟁 아닌가요? 옆 친구를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만들어버리는데요, 뭘. 남을 밟고 내가 올라가지 않으면 내가 남에게 밟히는, 상대평가의 불합리하고 역겨운 면모를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카루, 2021)
난 남들과 경쟁하는 걸 싫어한다. 그럴 필요도 없고, 굳이 나를 남들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 GIS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바로 옆 친구와 나를 견주며 '쟤는 나보다 이걸 잘하네?' 이런 식으로 생활하다 보면 스트레스받기 딱이라고. 그냥 '내가 이런 멋진 사람이랑 친구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훨씬 속 편하고 좋다는 것. 맞는 말이다.
나는 프로그래밍 및 앱 개발에 특히 강점을 가진다. 주변 친구들도 이 점을 굉장히 부러워한다. 그리고 많이 밀어준다. 꼭 나보고 어디 어디에 가라고, 내가 원하는 곳에 가라고. 나라면 할 수 있다고. 나보고 놀지 말고 열심히 해서 가라고 말이다. 내 목표와 진학 방향을 떠벌리는 걸 원친 않지만, 다른 친구들은 오히려 퍼뜨리라고 말한다. 그러면 3학년 때 내가 진짜 이 악물고 하게 될 것이라고. 뭐, 일리는 있다.
친구들과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내 상태에 대해, 그리고 내 멘탈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솔직히 난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인생의 방향도 모르겠다. 지금 내 심리? 내 상태? 방향을 잃은 화살표다. 어디를 가리켜야 할지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집에 돌아오니 한결 멘탈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3일 동안 나를 정비하고, 조금 더 가꾸어야겠다. 이제는 나 혼자니까. 다른 사람들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수업시간에 안절부절못할 필요도 없고, 기숙사에서 일어나자마자 구역질하느라 룸메들 눈치 볼 필요 없고. 학교에서도 계속 울렁거려서 폐인처럼 다닐 필요도 없다. 혼자니까. 공동체 역량을 중시하긴 하지만, 혼자 있을 시간은 필요하다. 우선 나를 찾아야 할 테니.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저번 주 (9월 말~10/1)는 정말 2학년 2학기 들어서 최악이었던 한 주 같네요. 저는 계속해서 바닥을 치고 내려가기만 했고, 그로 인해 얻었던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져서 발작까지 일어났고, 때문에 학교도 빠지고 병원에 가서 이런저런 검사에 한 달치 약을 받아오기까지.
아플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프면 죄가 되는 이 사회에서, 왜 죄를 저지르고 살 수밖에 없는 걸까요. 그리고 왜 아프다는 이유로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작년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모험이라는 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일 단순하면서 제일 효과적이라는 사실에는 부정을 못 하겠다. 나도 시험기간에 심하게 아파서 결국 결시를 하고 응급실에 갔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경험이 있다. 이왕 결석하는 거, 조금이라도 마음을 편하게 갖는 편이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다음 시험을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카루, 2020)
맞는 말입니다. 바닥으로 떨어지려고 할 때, 올라오기 위해서 아등바등 대느라 힘을 빼지 말자고요. 그냥 몸을 맡기세요. 충분히 땅을 치고 올라갈 만한 기회가 생겼을 때, 그때 가서 힘껏 뛰어오르면 됩니다. 인생에서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테니까요.
공부를 왜 할까요? 일단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부터 찾아봐야 할 겁니다. 저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합니다. 매사에 철저하고,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물론 남들이 제게 실수하는 거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애초에 남들에게 그렇게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내가 실수를 하면 제가 저를 용서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제겐 힘든 일이었나 싶습니다.
원하는 대학, 원하는 진로, 원하는 직장. 물론 목표란 건 우리가 의지하고 살기엔 너무 추상적이고, 불확실합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작은 중간 목표들을 세워두는 거겠지요. 요즘 저의 속마음을 털어놓자면 그렇습니다. 대입이 최선입니다. 제가 "나 이 학교 붙었어!"라고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얼마나 행복할까요. 고양국제고에서의 생활은 힘들지만, 합격했을 당시의 순간을 떠올려보면 그렇습니다. 여기저기서 축하가 쏟아지고, 왠지 모르게 어깨가 들썩해지던 그 순간. 그 순간을 다시 맞고자 합니다. 다만, 저와 함께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못내 아쉬울 뿐입니다.
저를 찾겠습니다. 방향을 잃은 채 뻗어가기만 하는 제게 새로운 방향을 정해주도록 하겠습니다.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언젠가 미래의 카루가 지금의 저에게 손을 내밀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를 할 수 있도록, 당신을 좇아가겠습니다. 내 미래, 나의 우상, 이데아계에 있는 카루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