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손해보는 게 아니니까 괜찮아

요즘 널뛰는 주식장을 보는 마음

by 크림동동

요즘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널을 뛴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개별 종목도 아니고 지수가 매일 10%씩 왔다 갔다 한다. 주식 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사람들도 최근 장을 보며 입을 딱 벌린다. 평생 주식 초보인 나 같은 사람이 보고만 있어도 손이 땀이 밸 지경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매일 저렇게 등락을 반복하니까 흐름만 잘 타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내릴 때 샀다가 오를 때 팔면 되는 것 아닌가? 돈 벌기 너무 쉬워 보인다.


image.png



그런데 이상하게 주변에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커녕 곡소리가 넘친다. 물렸다며, 고점에 샀다며 아우성이다. 이해가 안 된다. 지수 흐름이 나한테만 보이는 것도 아닌데 왜 다들 돈을 벌지 못했을까?


그건 아마 내가 부자가 되지 못한 이유와 같을 거다. 그렇게 쉽다면 나라도 당장 돈을 넣고 사고팔면 될 일이다. 그런데 차마 그러지를 못한다. 내가 들어갔을 때가 고점일까 봐, 내가 팔려고 할 때가 저점일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걸 보면 주식은 결국 심리 싸움이다. 주식 전문가들은 늘 이야기한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라,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문제는 그 ‘때’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자기에게 있다는 거다. 객관적인 숫자는 참고 자료밖에 되지 못한다. 주식 가격은 계속 변한다. 어느 한 점을 찍어 들어갈 때와 나올 때를 정하는 건 전적으로 자기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이게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주식이란 게 오를 때는 계속 오를 것 같고 떨어질 때는 계속 떨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흐름을 타야 돈을 버는데 실제로는 흐름을 거꾸로 탈 수도 있다. 내가 돈을 벌려면 목표 가격을 정해서 거기에 다다르면 팔고 나와야 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그거다. 그래서 주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라는 말까지 있는 거다.

주식을 할 때 자기 주관을 갖는다는 건 쉽게 말해 ‘모두가 ’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다. 즉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다들 말한다. 주식을 팔고 나면 쳐다보지 말라고. 하지만 주식을 해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주식을 할 때 제일 괴로운 순간은 내가 산 종목이 떨어졌을 때가 아니라 내가 팔고 나온 종목이 계속 오를 때이다. 그것도 조금 오르는 게 아니라 폭등할 때다. 그러니까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 반도체 종목들처럼 말이다. 이럴 때 개인은 ‘포모’, 즉 ‘나만 뒤처졌다는 기분’을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 차라리 요즘처럼 주식 시장이 떨어질 때가 편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장이 오를 때 내 계좌는 불어나도 다른 사람 계좌는 몇 배로 올라 나만 벼락거지가 된 느낌을 갖느니, 차라리 요즘처럼 다 함께 잃는 게 낫다는 거다.

Gemini_Generated_Image_rio6v9rio6v9rio6.png AI 생성 이미지

이상한 평등 의식이다. 그러나 이 이상한 평등 의식은 힘이 세다. 이 평등 의식이 포모를 불러와 주식 시장을 과열로 이끌고,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다 함께 버틸 힘을 준다. 그런 걸 보면 사람은 정말 사회적 동물인 것 같다. 어쩌면 주식 시장의 승패는 인간의 이 사회적 본능을 억누르고 자기 자신의 판단을 믿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온갖 충고와 좋은 말로도 해결하지 못했던 포모가 요즘은 좀 잠잠해졌다는 거다. 이유는 단 하나다. 주식 시장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울상인데 사람들은 내심 편안해한다. 다 함께 손해를 보니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생각, 이 생각이 위안이 된다. 이 상황이 얼마나 갈까? 만약 하락이 계속된다면 지금의 이 소강상태는 곧 패닉으로 바뀔 거다. 그전에 장이 좀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까지 우리가 조금 더 이 포모에 대해 마음이 단단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이전글과메기 입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