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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동동 Sep 02. 2024

구독자가 생기니 부작용이 생겼다

내 글 스타일을 찾는 길

  브런치와 다음 메인에 글이 뜨고 구독자가 많이 생겼다. 지난 주 내내 붕 뜬 기분으로 살았다. 그런데 부작용이 생겼다. 다음 글을 좀처럼 쓸 수가 없는 것이댜. 원래도 쉽게 글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이제 구독자가 있다고 하니까, 게다가 그 구독자 중 아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것저것 쓸거리가 떠오르긴 했지만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렀다. 글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며칠, 글을 시작했다가 막히고 지우면서 또 며칠…. 기껏 진행하는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글 쓰는 게 의무 같고 답답해졌다. 그러다 주말이 다가왔다. 다음 주 일정을 머릿속에 정리해 보다가 보니 화요일이 다시 성경 공부 날이었다. 성경 공부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봉사자님이 떠올랐다. 갑자기 봉사자님과의 에피소드를 남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글을 잘 쓰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몇 년 동안 글쓰기 교실을 다니고,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보니 어떤 글들은 힘들이지 않고도 술술 흘러나왔다. 그런 글을 쓸 때면 마치 글이 나가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것 같았다. 반면 어떤 글들은 한 문장도 나가기 힘들었다. 게다가 평도 별로 좋지 않았다. 차이가 뭘까?     

  예전에 글쓰기 교실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유난히 공들여 쓴 과제였는데 선생님 반응이 영 신통찮았다. 딱히 이런저런 지적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자꾸만 나에게 “선생님, 요즘 힘드세요?”하고 물었다. 그래서 “아니오. 별일 없는데요. 왜 그러세요?”하고 물었다. 그러면 “선생님 글에 힘이 느껴지지가 않아서요. 그래서 무슨 일 있나 여쭤보는 거에요.” 하고 마시는 거였다. 못 썼으면 그냥 못 썼다고 하지 저렇게 돌려서 말하나 싶어 얼굴이 꽁해 있는데 앞자리 사람이 몸을 돌려 나에게 속삭였다. “선생님 글이 평소에 명랑하고 쾌활하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그게 재미도 있고 거기서 주는 선생님만의 에너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글은 좀 그런 게 없어요. 잘쓰기 했는데 너무 조심조심 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못 썼다는 게 아니라.”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닌 게 아니라 그 글은 평소와는 좀 다른 스타일을 시험해 보고 싶어 나름 ‘기교를 부린’ 글이었다. 즉, ‘남의 옷’을 빌려입은 셈이었다. 그런데 그 차이가 읽는 이의 눈에도 보였던 거다.      


  ‘아, 내가 그동안 썼던 글에, ’결‘이 보이는구나.’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작가도 뭣도 아닌 고작 글 연습하는 수강생 신분이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꾸준히 글쓰기를 연습하며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나만의 결’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몰랐지만 내가 나답게 쓸 때 글이 술술 써졌고, 읽는 이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괜히 남의 스타일을 따라 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에게 솔직하게 꾸미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 


어떻게 보면 글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그걸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마음에 흔적을 남긴 이야기. 내 마음을 충실히 따르려 애쓰면 나의 스타일을 찾게 된다. 글에 힘이 실린다. 그게 나로 ‘나의 글’이다.     

  그래서 쓰던 글은 잠시 접어 두었다. 봉사자님과 성당 식구들에게 브런치 작가임을 알린 일을 쓰기로 했다. 글이 술술 써진다. 즐겁다. 그래, 바로 이거다. 이게 바로 내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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