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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Jan 07. 2022

2022 to bo list

강원도에서 과테말라로

채리에게


2022년 첫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팡파레~! 효과음) ㅋㅋㅋ

채리의 연말 여행은 인스타에서 사진을 몇 장 봤어. 사진으로 본 너의 여행지는 마치 늘 로망으로만 삼는 이탈리아의 친퀘테레 같은 한 동네 같더라. 마치 해가 진 적이 없는 듯, 낮이 긴 곳. 해에 그을려 구릿빛이 된 몸으로 돌에서 바로 다이빙을 하는 청년들이 여행을 오는 그런 곳 말이야. 내 상상과 근접한 곳이었는지 답장으로 너의 여행에 대한 이야길 가득 담아 보내주길 바랄게. 


나의 연말도 정신없이 지나갔어,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친한 언니 오빠 부부네 집에 초대를 받아 갔었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조카들에게 남편이 산타할아버지 변장을 하고 이벤트를 했어. 첫째 조카가 이제 7살이 됐는데 어느새 훌쩍 커버려서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가고 난 뒤, "산타할아버지랑 이모부랑 닮은 것 같아..."라며 시무룩하게 말을 하더라고. 산타할아버지가 진짜가 아니라서 실망했지만, 어른들의 재미를 위해서 눈치를 못 챈 연기를 하는 것 같았어. 시호는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지금쯤 인지를 하기 시작했니? 우리 때는(?) 미디어가 다양하지 못한 탓인지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걸 초등학생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부모님이 살기 힘들어지면서부터 산타의 이벤트가 사치가 되었던 게 아닐까 싶어. 1월 1일에는 일출도 보고, 떡국도 해 먹고 왁자지껄 시간을 보내고 한 달 만에 조용한 주말을 보내게 된 금요일 밤이야. 드디어 조용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으니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다짐 같은 것들을 너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해볼까 해.


작년 한 해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인생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안정적인 한 해였어. 본격적인 결혼생활을 1월 1일부터 시작했고, 강원도 산골짜기에 살면서 텃밭을 가꾸고 자급자족하며 살아봤지. 그래도 꾸준히 일을 하고 돈을 벌었고 나름의 작은 저축도 하며 살았으니 알뜰살뜰 살았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 없이 잔잔한 호수처럼 사는 것이 내 꿈이나 목표는 아니기에, 올해는 조금 더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보겠노라 다짐해보려고 해. 언제나 지켜지지 않는 운동하기를 목표로 삼았고, 이젠 혼자가 아니니까 더 신경 써야 하는 건강도 놓치지 않기로 해. 혼자 일 수록 더 건강하고 병들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오히려 곁에 누군가가 있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을 지어주지 않으려고 더 아프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 둘이 같이 힘없이 늙은 늙은이한테 병수발을 시킬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돈 많이 벌어서 간병인 써야지ㅋㅋ) 세상이 온통 바이러스 투성이니까 우리는 더욱더 올해는 건강하기로 하자. 참, 그리고 올해의 계획으로 다시 책을 열심히 읽기를 추가했어. 너랑 블로그를 함께하던 수년 전부터 스스로 한 달에 4권, 1년이면 48권에 +2권을 추가해서 50권을 읽는 것을 목표로 삼았었어. 매 해 조금씩 읽는 양을 늘리기도 했는데, 작년은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못한 날도 있을 만큼 책을 읽지 못했어. 그래서 올해는 다시 재정비해서, 책에 돈을 더 많이 쓰기로 다짐했지. (책을 읽는다 = 책을 산다 = 돈을 쓴다ㅋㅋ) 새로운 글의 소재, 문화의 흐름, 세상에 대한 작가들의 시선 같은 것들은 신간이나 공모 당선작들에서 느낄 수 있는데 올해는 유독 그런 흐름을 읽지 못했던 것 같더라고. 글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를 만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멋지게 나이 드는 일 중의 하나잖아. 쉽게 말해 꼰대가 되지 않기. 그러니까 책은 여전히 부지런히 읽고 느끼고 쓰면서 살려고. 우리의 꿈 중 하나는 멋진 할머니가 되는 거니까 :)


너의 한해의 계획과 멋진 휴가의 감상을 담은 답장을 기다리며, 올해의 첫 편지를 여기서 줄일게.

새해에도 채리의 가족 모두에게 곁에 널린 행복을 알아차릴 수 있는 따뜻한 한 해이길 바랄게.



ps. 시간 날 때 답장 좀.

강원도에서 맞이한 1월 1일 일출을 첨부할게 :)


강원도에서 도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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