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과테말라로
채리에게
하이 - 채리! 지금은 서울, 합정동의 오피스텔(집필실)에서 답장을 쓰고 있어. 올해는 김장을 위한 배추, 무 농사도 안했고, 드라마가 한창 촬영중이라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 온통 알록달록한 가을도 만끽하지 못하고 있어. 그래서 멀리 있는 네게 어떤 이야길 전할까 생각하다가 현재의 일상말고, 요즘 내 머릿속 관심사를 얘기해보려고. 요즘 '앞으로의 나'와 '현재의 나'를 종종 생각해. 나에 대해 고민하는 건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네가 전해준 글귀처럼 '인생을 재미있게 살기로 작정한 놈'이잖아. 그래서 나는 네게 편지를 쓰면서 어떻게 하면 재밌게 남은 한 해를 보낼까 생각을 해 본다.
현재의 나는 너처럼 다이어트를 시작했어. 서울에서 배달음식만 먹으면서 시간을 보낸지 5개월째쯤 되니까 살이 많이 쪄서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어버린거야. 술도 안마셨는데 말이 되냐? ㅋㅋ 그래서 배달음식을 최대한 줄이고 마트에서 닭가슴살과 다이어트 도시락을 주로 사서 먹기 시작했어. (집필실에선 요리를 하지 않거든) 그리고 오피스텔 지하에 있는 헬스장을 주 3회는 꼬박가려고 하고 있지. 덕분에 붓기가 조금 빠진 느낌이고 몸도 조금씩 홀쭉해져가고 있어. 하지만 나는 남과의 약속은 칼같이 지키되 자기 자신과의 약속은 제일 어기기 쉽다고 생각하고. 의지가 나약해빠진 것이 바로 나!라고 생각하는 자기합리화의 끝판왕이므로 오늘은 엽떡에 소맥을 마시려고 해. 무려 운동을 한 시간(!!)이나 하고 편의점에 가서 소주와 맥주를 사오는 나... 너를 만날때 쯤엔 47킬로였던 예전의 나..까진 아니더라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열심히 식단과 + 운동을 하고 있을게. (ㅋㅋㅋ)
다음으로 앞으로의 나의 계획을 밝혀보자면 드.디.어 신혼여행을 갈까해. 예전부터 신혼여행은 무조건 '아프리카'라고 남편도 없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데 드디어 서서히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하니 신혼여행을 계획해야 할 때가 온거야. 그래서 아프리카를 가려고. 개고생을 한다고 아프리카 대륙을 모두 누비고 올 생각은 없고, 치안이 다소 좋다고 하는 케이프타운에서 휴양스러운 여행을 한 뒤에 국립공원으로 갈거야. 게임드라이브를 하면서 많은 야생동물을 구경하는 일, 너무너무 낭만적이잖아? 게다가 밤에 별은 또 얼마나 쏟아지겠냐고. 요즘 유행하는 말로 "행복 그 잡채" 아니겠냐고.
그리고 앞으론 일년에 한 번은 꼭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야지. 내가 지금 꼭 가야하는 버킷리스트 3가지 여행이. 중남미(채리를 만나고 + 멕시코에 죽은자의 날 축제를 보는 것), 아프리카 국립공원 캠핑,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야. 이 여행을 40살 안에 모두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얼마 안남았네 젠장;ㅎ)
올해 연말엔 채리의 한국행도, 엄마의 환갑도, 크리스마스도, 그리고 내 드라마의 첫방도 있으니 더더욱 연말이 기다려지고 있어. 너는 철저한 계획형인걸 알고 있으니 어서 너의 계획을 알려주렴^^ㅎㅎ ( 가리비 구워먹는 날짜를 지정해라 이말이야 ) 참고로 최소 1년은 이사는 안하기로 했어. 집주인이 집을 팔아서 쫒겨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벌써 올해와 내년의 계획이 꽉꽉 들어찬 느낌이네. 어서 연말이 왔으면 좋겠고, 벌써 내년이 기다려진다. 내년엔 또 얼마나 신나는 일들이 펼쳐질까?
다음 편지엔 채리 네 근황과 요즘 하는 생각들을 전해주길 바라.
늘 보고 싶은 마음 담아 이만 줄일게.
그럼, 시간 날 때 답장 좀.
강원도에서 도연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