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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훈 Jan 09. 2024

미래를 본 천재 셰프,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과 요리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석학 레오나르도 디세르 피에로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년)의 직업은 무엇일까. 그는 다양한 사고를 하고, 여러 전문분야를 자유자재로 다룬 융합형 인물이었다. 창의성과 상상력에 실천력까지 겸비한 창발적 인간이었다. 그 결과 예술과 과학, 인문학을 융합한 창의 천재로 자리매김했다. 큰 키에 수려한 외모, 풍부한 성량까지 지닌 매혹적인 인물이었다.


세기의 명작인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의 대표 직업은 화가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보관된 모나리자는 수백 년에 걸쳐 사람들을 감탄시키는 신비의 작품이다. 최후의 만찬도 미술계의 대작 중의 대작으로 평가된다. 14살부터 그림 공부를 한 다빈치는 그리스도의 세례, 수태고지, 동굴의 성모,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 음악가의 초상, 리타의 성모, 암굴의 성모, 세례자 요한 등 많은 명작을 남겼다.


다빈치는 화가로서 첫발을 내디뎠지만 자연, 사람, 동물, 식물, 어학 등 관심 영역이 대단히 넓었다. 보이는 것을 관찰하고,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하고 연구했다. 해부학에 빠진 그는 인체 각 부분의 작용을 역학적으로 살폈고, 하늘을 나는 새를 통해 비행기의 원리를 생각했다. 공기 역학, 낙하산, 헬리콥터, 플레이트 날개 등을 연구했다.  그가 전문가적 식견을 보인 분야를 직업으로 보면 20개가 넘는다.

화가 외에 조각가, 건축가, 식물학자, 동물학자, 생리학자, 해부학자, 화학자, 수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 토목공학자, 도시계획가, 발명가, 지리학자, 철학자, 외교관, 디자이너, 작가 등을 들 수 있다.


그의 또 다른 직업은 요리사다. 그것도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메뉴를 개발하는 '요섹남'이었다. 다빈치는 젊은 날에 ‘세 마리 달팽이’란 이름의 식당에서 보조로 일을 했다. 그런데 식당의 요리사들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르바이트생인 그는 얼떨결에 주방장이 되었다. 이때 그의 창조 본능은 거침없이 작동됐다.


빵 한 조각에 바질 잎 한 장을 내놓는 음식, 꽃이나 당근 조각을 곁들인 생선 등 파격 식단을 시도했다. 당시는 그릇에 음식을 가득 채워 먹던 시절이었다. 수백 년 후인 21세기에서나 가능한, 그의 시대를 앞서 간 식탁 실험은 당연히 실패였다. 돈에 비해 보잘것없는 양의 음식을 받은 손님들은 분노하며 주방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에는 많이 먹고 비만해지는  게 권력이나 부의 과시이기도 했으니 질보다는 양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음식점에서 쫓겨난 다빈치는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친구이자 르네상스  거장 중의 한 명인 산드로 보티첼리와 함께 문을 연 식당에서도 여러 가지 요리 기계를 설계하며 열정을 불태웠으나 경영난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나 셰프 다빈치의 상상을 초월하는 음식 사랑은 계속됐다. 조리기구, 주방 도구 혁신과 신메뉴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다스리던 루도비코 스포르차 공작 가문의 궁정 연회담당자로도 일했다. 이때 상류층 음식에 대해 꼼꼼하게 메모했다. 메모가 모인 게 코덱스 로마노프(Codex Romanoff)라는 요리 소책자다. 부잣집의 요리를 조리하고, 즐길 수 있었던 그는 이색적이면서도 때로는 엽기적인 음식을 계속 선보였다. 양 대가리 케이크, 뱀 등심 요리, 색끼 양 불알 요리, 닭 볏 요리, 구멍 뚫은 돼지귀 요리, 식초에 간한 새 요리 등이다.


그는 루도비코 스포르차 공작으로부터 밀라노 교회의 벽에 그림을 그려줄 것을 부탁받았다. 훗날 세기의 명작이 된 ‘최후의 만찬’이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그림 작업에 임했다. 작품 완성까지는 2년 9개월의 긴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실제 그림 작업 기간은 마지막 3개월이었다. 그는 2년 6개월 동안은 ‘최후의 만찬’ 작품의 식탁 메뉴를 고민했다. 그림에 그릴 음식을 생각하고, 만들고, 시식하면서 보냈다. 그 결과 최후의 만찬에는 장어요리, 작은 조각 빵, 검둥오리, 삶은 달걀, 오렌지 등이 그려졌다. 빵과 포도주만 올라간 성서와는 차이가 난다.


요리에 관한 열정을 예술로 승화시킨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의 음식은 기상천외한 것도 꽤 있었지만 담백하고, 소박했다. 육식과 채식의 균형 있는 식단 추구는 비만이 많아진 현대인의 식탁에 적합한 측면이 있다. 천재 화가, 융합형 인간인 그의 음식관은 수백 년 후에 빛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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