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반이나 남았네.
라고 생각하면서
물이 반 밖에 없네.
라고 까지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존재의 상보성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한 사람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누가 나를 보느냐에 따라 기대되는
성질을 드러내기를 선택하는 것도,
누구의 시선 밖에 존재하면
완전히 방해받지 않은 내 특유의
주파수로 돌아가는 것도
상보성에의 이해와
일맥 상통할까.
너무 많은 눈에 의해
자신을 느껴야 한다면
눈들이 사라지고
그 중 가장 오래 받았거나
강하게 받은 자극의 회로가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어디까지 지키지 못하는 것인가.
그래서
남겨진 방 안에서
거울을 보며 화를 내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거울 앞의 내가
거울 속에서 화내고 있는 나를
똑같이 화내지 않고 바라봐 줄 수 있다면
나는 나를 지킨 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