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시회를 즐기는 이유는 단순한 그림 감상이 아니다. 전시회를 찾는 이유는 하나의 인생을, 그리고 그 인생을 둘러싼 시대적 배경을 그림으로 읽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지적 충만감과 감수성의 자극 때문이다. 화가가 담아낸 삶의 서사를, 시대의 흐름을, 그리고 그 속에서 빚어낸 감정과 생각을 그림으로 탐구하는 일련의 과정은 나에게 지식의 확장을 선물하고, 동시에 감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그 순간, 나는 그림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흡수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사나 배경을 넘어서 그림 그 자체가 가진 강렬한 아름다움에 더 큰 임팩트를 받는 경우가 있다. 직관적으로 아름답고, 설명할 필요도 없이 눈앞에 펼쳐지는 강렬한 작품들. 하나하나의 선과 색채가 그 어떤 설명보다도 강력한 울림을 준다. 그 순간 나는 논리적으로 접근하려 했던 방식이 무색해지며, 본능적으로 그림에 끌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된 것은,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이 꼭 논리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서사가 담긴 작품이 아니더라도, 그저 직관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에 우리는 더 강하게 반응한다.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행동에 있어서 근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왜 이러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신을 설득하며 논리적인 판단을 통해 결정을 내리곤 했다. 이런 방식은 그 순간 최적의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인생의 관점에서는 과연 최고의 선택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인생에서의 중요한 선택들은 논리보다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선택이 더 좋은 결과를 내지 않을까. 모든 선택에 완벽한 근거를 요구하기보다는, 그 순간 나에게 다가온 감각적 반응에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때로는 논리를 뛰어넘는 직관의 순간에, 더 큰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직관적인 선택이 인생에 있어서는 최고의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삶을 살아가면서 더 많은 서사와 논리를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나의 감각이 이끄는 직관을 신뢰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임을 깨닫는다. 그 과정에서 인생은 더 풍부해지고, 우리는 비로소 논리와 직관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